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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집앨범 오아시스 낸 ‘가야그머’ 정민아

입력 | 2011-07-05 03:00:00

“거창한 목표? 나만의 음악을 할뿐”




정민아 씨는 여느 싱어송라이터와 달리 기타 대신 가야금 줄을 퉁기며 자기가 만든 노래를 부른다. 그는 “가야금은 어떤 종류의 악기나 음악과 만나도 크로스오버 형식의 음악이 나온다”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몽롱 몽롱 몽롱한 음악 몽롱몽롱몽롱….’(‘여름날에 몽롱한’)

‘고래야 고래야 나의 그리움은 너를 향해 있는데….’(‘고래공포증’)

톡톡 튀는 가사와 멜로디를 듣다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곡 전체를 관통하는 가야금 선율의 몽환적 매력도 그 ‘갸웃거림’에 한몫을 한다.

“국악이라고만 하시면 좀 섭섭해요. 제가 가장 잘 다룰 줄 아는 악기가 가야금이어서 기타 대신 가야금을 든 것뿐이죠.”

정민아는 ‘가야금 싱어송라이터’다. 그를 소재로 제작된 영화 ‘환타스틱 모던 가야그머’의 제목을 인용해 ‘가야그머’라고 불리기도 한다.

최근 3집 앨범 ‘오아시스’를 내고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국악의 대중화를 목표로 한다는 식의 거창한 목표는 없다. 정민아의 음악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오아시스’ 9곡 전부를 들어보면 장르를 단정 짓기 어렵다. ‘환타스틱’은 베이스와 아코디언, 꽹과리와 가야금이 어우러져 한껏 리드미컬하고, ‘예예예’는 힘을 뺀 보컬과 보사노바 풍의 멜로디가 경쾌하다. “가야금을 사용하니 어떤 장르의 음악과 만나도 크로스오버 형식의 음악이 만들어져요. 그래서 앞으로도 새로운 장르를 만들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죠.”

노랫말엔 인디 음악가의 고단한 생활을 담았다. 한때 그는 전화 상담원으로 일하거나 주먹밥을 만들어 팔아 생계를 해결했다. 단칸방에서 살 때 쪽창 너머로 하늘을 보며 느낀 감정을 담은 타이틀곡 ‘오아시스’와 함께 ‘주먹밥’의 노랫말에 눈길이 갔다.

“원래는 장사를 시작하기 전날 쓴 곡이에요. 단속에 걸리면 어떡하지, 누가 날 알아보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을 담았죠.”

2009년 여름 서울 광화문역 7번 출구에서 출근길 회사원들을 상대로 주먹밥 장사를 했다. 오전에만 반짝 일하면 나머지 시간엔 음악에 전념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파는 것보다 버리는 게 많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그만뒀다. “만든 직후엔 맛있었는데, 김가루가 싼 것이어서 그랬는지 비린내도 나고 식으니 맛이 없더라고요.”

짠한 얘기를 경쾌한 멜로디에 실어 툭툭 던지는 자신의 음악처럼 정민아는 유쾌했다. “억지로 짜내서 계획한다고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내버려둬요. 그러면 우연한 만남이 새로운 길을 만들어 주죠.”

3집 앨범에는 2집 ‘잔상’ 때 함께 작업했던 베이시스트 서영도, 드러머 한웅원, 피아니스트 박진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자 음악극 집단 바람곶의 리더인 원일, 국립국악원 해금 단원 공경진 등이 참여했다.

8일 서울 홍대 브이홀에서 열리는 정민아의 공연에는 ‘여자 10cm’라 불리는 듀오 ‘옥상달빛’과 아프리카 인도 등의 악기를 사용하는 3인조 그룹 ‘수리수리 마하수리’가 게스트로 출연한다. 02-338-0957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