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한 놈, 두 놈 삑구타고’ 연출 ★★★ 무대★★★ 연기 ★★★ 대본 ★★★☆
일제 강점기 소록도에 강제 수용된 한센병 환자들의 절망적인 상황을 해학을 곁들여 잔잔하게 풀어낸 연극 ‘한 놈, 두 놈 삑구타고’. 왼쪽부터 김달수 역 윤석원, 호준역 김무열, 이낙중 역 김대명 씨. 극단 반상회 제공
이 연극 ‘한 놈, 두 놈 삑구타고’(이만희 작·이호재 연출)에 출연한 배우 김무열(29) 때문이다. 2007년 인기 뮤지컬 ‘쓰릴미’의 주연을 맡으면서 혜성처럼 등장해 뮤지컬 스타로 떠오른 그 김무열이다. 그를 보려고 팬들은 티켓 오픈이 시작된 지 10여 분 만에 전회 공연을 매진시켰다.
대작 뮤지컬에 드라마, 영화 출연까지 바쁜 김무열이 소극장 연극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놀라운데 벌써 이 연극이 네 번째 무대다. 그는 무명배우 시절이던 2006년 동료 배우 김대상, 한지상과 함께 극단 ‘반상회’를 결성하고 2007년 ‘강택구’를 시작으로 지난해 빼곤 매년 한 편씩 연극을 소극장 무대에 올려왔다.
결국 달수는 혹한의 추위에 바다를 헤엄쳐 건넌다는 무모한 탈출에 나서고, 낙중은 죽음을 맞아 호준만 홀로 남는다.
배우에게나 관객에게 똑같이 어려운 작품이다. 옛날 어투의 대사에 생소한 단어도 많은 데다 스토리가 대사를 통해 조금씩 드러나는 식이라 이해하기 쉽지 않다. 등장인물들은 한센병으로 몸이 썩어들어 가는 와중에 강제노역과 배고픔, 혹한의 추위, 엄중한 감시 등 몇 겹의 고통에 시달리며 희망보다 체념이 목숨을 연장하는 데 더 필요할 정도의 극한 상황을 해학을 곁들여 전달해야 한다.
1시간 50분이 넘는 러닝타임에 이처럼 베테랑 배우들도 제대로 소화하기 어려운 작품을 골라 무대에 올린 열정은 높이 살 만하지만 깊이 있는 연기가 따라주지 못해 감동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세 명 중 윤석원의 연기가 발군인데 다른 두 명의 연기가 받쳐주지 못해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진 느낌을 줬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