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첫 표는 劉-두 번째 표는 洪 ‘황금분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4일 당 전당대회에서 본인의 지역구인 대구지역 대의원들과 함께 앉았다. 자연스레 같은 지역구인 유승민 후보의 지지자들과 모여 앉게 됐다.
다른 후보의 정견발표 때 시작과 끝에만 박수를 쳤던 박 전 대표는 유 후보의 연설 때는 단락이 끝날 때마다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한 참석 의원은 “유 후보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친박계 단일 후보로 출마했지만 유 후보가 2위를 차지한 것은 캠프도 예상하지 못한 대이변이었다. 친박계는 선거가 끝난 뒤 “유 후보를 대표 다음으로 높은 순위로 당선시키고 친이(친이명박)계가 지원하는 후보가 대표가 되는 것은 가급적 막자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이뤘다”며 한껏 고무된 표정이었다.
선명한 친박계인 유 후보의 대표 당선은 세력을 확장해야 할 박 전 대표에게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유 후보가 하위권으로 최고위원에 당선되거나 친이계 후보가 당 대표가 될 경우 박 전 대표에게 우호적인 당 분위기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선거 초반 고전하던 유 후보의 캠프 분위기는 지난주 들어 ‘희망포럼’ ‘박사모’ 등 박 전 대표의 온·오프라인 지지자들이 뭉치고 수도권의 두 번째 표가 넘어오면서 급속도로 좋아졌다.
친박계의 두 번째 표는 선거 초반 친박 성향이 강한 권영세 후보나 친이-친박 화합 차원에서 원희룡 후보로의 지지 움직임이 있었으나 후반 들어 친이계의 결집 소식이 들리면서 반사적으로 홍 후보로 쏠린 것으로 해석된다.
박 전 대표는 처음 유 의원의 출마 소식을 듣고 친박 후보가 출마할 경우 친이-친박 계파 다툼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선거전에 돌입한 후에는 지방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유 후보의 출마) 소식을 반갑게 생각하시는 분이 많이 계시지 않겠습니까”라며 힘을 실어줬다.
유 후보는 대구지역의 재선 의원으로 유수호 전 의원의 아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2000년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으로 영입된 뒤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 최측근으로 활동했고 2005년 박근혜 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정치력도 인정받았다. 18대 총선 뒤에는 정치적으로 칩거했다. 그는 최고위원에 당선된 후 기자회견에서 “민생 복지 분야는 노선을 왼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53) △경북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 △한나라당 대표비서실장 △17, 18대 의원(대구 동을)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