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軍 발표로 본 사건 정황-원인범행 사병 사고당일에도 소대장과 상담… 가혹행위-신병비관 가능성… 軍당국 조사
해병대는 이날 “현장에서 체포한 김 상병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군 수사기관에 따르면 김 상병은 이날 오전 술을 마신 상태에서 ‘○○○(사망)를 죽이겠다’고 주위에 얘기했으며 사건 직전 총기와 실탄을 훔쳐 생활관(내무반) 안팎에서 동료들을 향해 조준사격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상병은 이날도 소대장과 상담했으며 숨진 권승혁(20) 일병에게 가장 먼저 총기를 발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병대 관계자들은 그간 부대 생활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 상병이 왜 이런 끔찍한 사건을 저질렀는지 이유를 찾고 있다.
○ 김 상병, 동료들에 조준사격
탕탕탕 탕탕탕. 이날 오전 강화도의 해병 2사단 해안경계 소초(소대급 부대)에서 여러 발의 총성이 부대 안의 정적을 갈랐다.
이 부대 김 상병이 소초 생활관에서 야간근무를 마치고 취침 중이던 동료 장병 2명을 향해 실탄이 장전된 K-2 소총을 조준한 뒤 방아쇠를 당겼다. 총기와 실탄은 소초 상황실의 무기고에서 몰래 훔친 것이었다. 사고 당시 생활관에서는 장병 5, 6명이 잠을 자고 있었다.
무방비 상태로 잠을 자던 장병들 가운데 2명이 총상을 입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나머지 부대원들은 속옷 차림으로 밖으로 황급히 대피하면서 부대 안은 순식간에 비명과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생지옥으로 변했다.
군 소식통은 “김 상병은 생활관 밖에서 총소리를 듣고 놀라 달려온 병사 2명을 향해서도 조준사격을 가해 1명은 현장에서 숨졌고 다른 1명은 군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다 사망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난데없는 총성에 놀라 현장에 도착한 권혁 이병은 김 상병이 든 총기의 총부리를 붙잡고 생활관 밖으로 밀쳐낸 뒤 문을 잠그는 등 거세게 저항하다 다리와 허벅지에 3발의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권 이병이 손바닥을 심하게 다치면서도 김 상병의 뜨거운 총기를 잡고서 끝까지 제지하는 바람에 수포까지 생겼다. 그 덕분에 동료들이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이병을 치료한 뉴고려병원의 유지상 과장은 “권 이병은 ‘총소리를 듣고 현장으로 가 총부리를 잡고 실랑이를 하는 과정에서 총에 맞았다’고 말했다”며 “권 이병이 입은 총상들은 모두 뼈를 관통하지 않고 근육 방향으로 비켜가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권 이병의 제지를 받은 김 상병은 범행 현장을 빠져나와 인근 부대 창고로 향했다. 이곳에서 김 상병은 준비해 간 수류탄 1발을 터뜨려 자살을 시도했지만 얼굴과 가슴에 파편상, 다리에 관통상을 입고 신음하다 뒤쫓아 온 장병들에게 붙잡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해병대 관계자는 “김 상병이 병원 이송 도중 심하게 난동을 부려 진정제를 투여했다”며 “의식은 있지만 진술을 거부하면서 난동을 시도하는 등 조사에 비협조적”이라고 말했다.
군 수사기관에 따르면 김 상병이 범행 전 술에 취해 있었다는 증언도 나온다. 한 소식통은 “근처에 독립해 수십 명씩 살고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 술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부대 관계자들을 상대로 사건이 발생하기 전 김 상병을 둘러싼 모든 상황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