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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층 테크노마트 미스터리

입력 | 2011-07-06 03:00:00

서울주변 지진 없었는데 10분간 흔들… 300여명 긴급대피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5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동 테크노마트(지하 6층, 지상 39층·사진) 건물 상층부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상하로 크게 흔들려 입주 상인 및 직원 30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관할 광진구청은 사고가 발생하자 이 건물에 대해 3일간 모든 사람을 내보내는 퇴거조치를 취했다. 또 서울시와 광진구청, 관할소방서는 테크노마트 건물에 대한 안전진단에 들어갔다.

긴급 대피한 건물 입주 직원들과 소방서,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5분 사무동인 테크노마트 프라임센터(39층) 중·상층부가 상하로 크게 흔들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테크노마트는 판매동(12층)과 사무동이 연결된 구조로 돼 있다.
▼ “39층 건물중 20층 이상만 위아래로 흔들려” ▼

30층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이제문 씨(35)는 “지난해 겨울부터 사무실이 가끔씩 흔들렸는데 오늘은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건물이 크게 흔들렸다”며 “사무실 스탠드가 흔들릴 정도가 되자 직원 80여 명이 아침 회의를 하다 말고 건물에서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다수의 건물 입주자에 따르면 이날 흔들림 현상은 20층 이상에서 약 10분간 지속됐다.

진동이 계속되면서 프라임센터에 입주해 있던 업체 직원 3000여 명 중 300여 명이 한꺼번에 밖으로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관할 광진소방서는 “진동을 느낀 고층 입주자들이 한꺼번에 건물을 빠져나가면서 소문이 돌자 아래층 입주자들도 함께 건물에서 빠져나갔다”며 “건물이 흔들린 이유는 파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 지역에서 지진 징후는 없었다.

이날 발생한 진동 원인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단 지진 때문은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서 폭우로 인근 지반이 침하됐거나 건물 내부 구조의 문제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건물의 상하 흔들림이 워낙 드문 탓이다.

권기혁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지반이 침하할 경우 건물 고층부가 아래위로 흔들릴 때가 있다”며 “테크노마트가 한강과 바로 붙어 있을 뿐 아니라 예전부터 침수 지역이라 지반 자체에 문제가 생겼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994년 테크노마트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는 해당 용지가 서울시 쓰레기를 매립하던 장소여서 지반이 단단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또 다른 전문가는 “인근의 다른 건물에서 흔들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반 침하 여지는 낮다”고 말했다.

5일 오전 건물이 크게 흔들려 30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을 빚은 서울 광진구 구의동 테크노마트. 이 건물에 입주한 회사 직원들이 물품을 들고 급히 건물 밖으로 나오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고층부에서만 흔들림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을 근거로 냉각 기능을 하는 ‘냉각탑’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문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은 “냉각탑의 진동이 심해졌거나 특정 층에 하중이 몰렸을 경우 이 같은 흔들림이 생길 가능성이 보고된 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테크노마트 관리사인 프라임산업 측은 “그동안 구조변경을 한 적이 없으며 리히터 규모 7.0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된 건물”이라고 일축했다.

또 건물 내부의 진동, 영화관 서라운드 스피커 등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건물이 흔들렸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프라임산업 박흥수 사장은 이날 “테크노마트에 있는 영화관의 3차원(3D) 영화 때문에 흔들림이 느껴진다는 지적이 종종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입주자들이 강풍에 의한 일반적인 좌우 흔들림을 상하 흔들림으로 착각했을 수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테크노마트 사건과 비교되는 1995년 붕괴된 삼풍백화점의 경우 건물 구조변경과 함께 상층부에 실내 수영장이 있어 물의 하중을 건물이 견디지 못한 것도 붕괴 원인으로 지적됐다.

한편 이날 긴급 대피 상황에서 프라임산업이 흔들림 발생 1시간여 뒤인 오전 11시경에야 관련 사실을 안내해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프라임센터 옆 판매동에서 근무한 염모 씨(43)는 “건물이 서로 붙어 있어 붕괴되면 똑같은 피해를 보는데 1시간 넘게 안내방송조차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