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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댄스스포츠 1인자 박지우

입력 | 2011-07-06 03:00:00

“엄마 배속부터 스텝 스텝”




《지긋지긋하게 내리던 장맛비가 그치고 습기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날. 끈적끈적한 공기는 건물 지하라고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형용하기 힘든 무엇인가가 넓은 지하 공간을 지배하고 있었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빌딩 지하에 위치한 제이스스튜디오. 라틴 음악을 배경으로 한 남녀 커플이 몸을 붙였다 뗐다 하며 정열적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맛보는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라고나 할까.》

‘댄스스포츠는 내 운명.’ 박지우는 태어나기 전부터 댄스스포츠를 접했다. 부모는 물론이고 누나까지 댄스스포츠를 하는 집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 댄스스포츠에 입문했다. 그는 최근 댄스스포츠를 다룬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l@donga.com

커플 속 남자 춤꾼은 댄스스포츠 선수인 박지우(30·LIG손해보험)다. 최근 한 방송사의 오락프로그램인 ‘댄싱 위드 더 스타’에서 세계적인 모델 제시카 고메즈와 함께 댄스스포츠를 선보이며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오른 선수다. 이날도 방송을 앞두고 사전 녹화 연습이 한창이었다. 모던, 라틴 댄스 등 총 10종목으로 구성된 댄스스포츠는 피겨와 체조처럼 정해진 동작과 함께 예술성이 중요한 종목이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박지우는 라틴 댄스가 주 종목이다.

“원래 예능프로그램은 나가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댄스스포츠를 알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방송이라고 생각해 출연을 결심했어요.”

사실 예능인으로 비칠까봐 그간 인터뷰도 하지 않았다. 혹시 댄스스포츠와 자신을 오락과 연예인으로 오해할까 걱정했다. 하지만 기자가 “댄스스포츠 자체를 취재하기 위해 왔다”고 하자 그는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사실 국내에서 댄스스포츠라고 하면 그냥 춤이나 무도회관에서 ‘제비’들이 추는 춤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아요. 그런 편견들을 없애고 싶어요.”

댄스스포츠를 업으로 삼고 난 뒤 다른 사람들 앞에 자신을 소개할 때 난감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댄스스포츠가 직업이고 춤을 춘다고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거의 한결 같았다. “나이트클럽에서 춤추세요?” “백댄서인가요?” “혹시 무도회관 다니시나요?”

그는 “방송이 나가고 댄스스포츠가 알려지자 배우러 오는 사람이 많아졌다. 특히 어두운 곳에서 제비들이 추거나 불륜을 연상시키는 춤이 아닌 예술과 스포츠로 봐주시는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그가 댄스스포츠와 인연을 맺은 것은 어머니 배 속에서부터였다. 아버지 박효 서울시댄스스포츠경기연맹 회장(65)과 어머니 김숙희 부회장(58)은 댄스스포츠 선수였다. 어머니는 그를 임신하고도 댄스스포츠를 계속했다. 그도 자연스럽게 배 속에서부터 스텝을 밟은 셈이다. 누나인 지은 씨(33)도 유명한 댄스스포츠 선수 출신이다.

“어머니 배 안에서부터 춤을 추다 보니 춤은 저와 뗄 수 없는 관계가 됐죠. 그냥 자연스럽게 춤을 배우게 됐어요.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숨을 쉬듯 춤을 추게 됐어요.”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댄스스포츠를 배우기 시작했다. 고등학교도 예고 무용과로 진학했다. 방학 때는 틈틈이 춤의 본고장인 영국으로 가서 댄스스포츠를 배웠다.

그는 국내 댄스스포츠의 1인자다. 2004년 동양 선수로는 처음으로 ‘꿈의 무대’로 불리는 불랙풀(브리티시댄스 챔피언십) 12강에 올랐다. 2005년에는 누나와 함께 마카오 동아시아경기에 출전해 ‘차차차’ 부문 금메달을 땄다. 그런 그를 눈여겨보던 LIG손해보험은 올해 댄스스포츠 선수로는 처음으로 그를 후원하기로 결정했다. 4월 발레와의 협업을 통해 실험적인 무대를 가졌던 그는 앞으로도 댄스스포츠를 알리기 위해 도전을 계속할 계획이다.

“댄스스포츠의 대중화와 인식 전환을 위해 앞으로 댄스스포츠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에요. 국내 1인자라기보다는 댄스스포츠의 개척자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박지우는…::


△생년월일: 1980년 12월 6일 △체격: 182cm, 77kg △혈액형: B형 △학력: 원효초-선린중-서울예고-한국예술종합학교 창작과-영국 라반무용센터 댄스스포츠 전공 △경력: 1999년 싱가포르 국제볼룸댄스챔피언십 라틴 부문 2위, 2000년 블랙풀 댄스페스티벌 라틴 부문 48강(동양인 최초), 2004년 올잉글랜드 댄스페스티벌 라틴 부문 우승, 2009년 WDC(월드 댄스스포츠 카운슬) 챔피언십 5위, 2010년 블랙풀 댄스페스티벌 라틴 부문 14위 △수상: 2009년 대한민국 문화연예대상 댄스스포츠부문 댄스스포츠상

::◇라틴 댄스 5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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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룸바(Rumba) 라틴 댄스 중 가장 인기 있는 종목 중 하나. 4분의 4박자의 느린 템포로 육감적이며 로맨틱하다. 무릎은 펴고 허리를 옆으로 움직인다.
2. 차차차(Cha Cha Cha) 남미 특유의 밝고 명랑함으로 가득 차 있는 춤. 봉고 드럼을 두드리는 소리가 차차차로 들린다.
3. 삼바(Samba) 브라질 흑인 계통의 주민들 사이에서 집단 댄스의 일종으로 시작. 1900년대 초 댄스 음악으로 발전했다. 강렬하고 고혹적이며 생동감 넘치는 춤으로 허리와 어깨를 많이 사용한다.
4. 파소도블레(Paso Doble) 스페인의 투우에서 유래된 독특한 행진곡 풍의 춤. 남자는 투우사를, 여자는 투우와 망토를 의미한다. 파소도블레는 스페인어로 ‘두 배의 걸음걸이’를 의미한다. 그만큼 빠르고 강한 춤이다.
5. 자이브(Jive) 재즈 음악에 맞추어 추는 격렬한 춤. 모던 댄스와 라틴 댄스 10종목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으로 초보자들이 제일 먼저 배우는 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