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배속부터 스텝 스텝”
《지긋지긋하게 내리던 장맛비가 그치고 습기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날. 끈적끈적한 공기는 건물 지하라고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형용하기 힘든 무엇인가가 넓은 지하 공간을 지배하고 있었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빌딩 지하에 위치한 제이스스튜디오. 라틴 음악을 배경으로 한 남녀 커플이 몸을 붙였다 뗐다 하며 정열적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맛보는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라고나 할까.》
‘댄스스포츠는 내 운명.’ 박지우는 태어나기 전부터 댄스스포츠를 접했다. 부모는 물론이고 누나까지 댄스스포츠를 하는 집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 댄스스포츠에 입문했다. 그는 최근 댄스스포츠를 다룬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l@donga.com
“원래 예능프로그램은 나가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댄스스포츠를 알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방송이라고 생각해 출연을 결심했어요.”
“사실 국내에서 댄스스포츠라고 하면 그냥 춤이나 무도회관에서 ‘제비’들이 추는 춤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아요. 그런 편견들을 없애고 싶어요.”
댄스스포츠를 업으로 삼고 난 뒤 다른 사람들 앞에 자신을 소개할 때 난감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댄스스포츠가 직업이고 춤을 춘다고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거의 한결 같았다. “나이트클럽에서 춤추세요?” “백댄서인가요?” “혹시 무도회관 다니시나요?”
그는 “방송이 나가고 댄스스포츠가 알려지자 배우러 오는 사람이 많아졌다. 특히 어두운 곳에서 제비들이 추거나 불륜을 연상시키는 춤이 아닌 예술과 스포츠로 봐주시는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그가 댄스스포츠와 인연을 맺은 것은 어머니 배 속에서부터였다. 아버지 박효 서울시댄스스포츠경기연맹 회장(65)과 어머니 김숙희 부회장(58)은 댄스스포츠 선수였다. 어머니는 그를 임신하고도 댄스스포츠를 계속했다. 그도 자연스럽게 배 속에서부터 스텝을 밟은 셈이다. 누나인 지은 씨(33)도 유명한 댄스스포츠 선수 출신이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댄스스포츠를 배우기 시작했다. 고등학교도 예고 무용과로 진학했다. 방학 때는 틈틈이 춤의 본고장인 영국으로 가서 댄스스포츠를 배웠다.
그는 국내 댄스스포츠의 1인자다. 2004년 동양 선수로는 처음으로 ‘꿈의 무대’로 불리는 불랙풀(브리티시댄스 챔피언십) 12강에 올랐다. 2005년에는 누나와 함께 마카오 동아시아경기에 출전해 ‘차차차’ 부문 금메달을 땄다. 그런 그를 눈여겨보던 LIG손해보험은 올해 댄스스포츠 선수로는 처음으로 그를 후원하기로 결정했다. 4월 발레와의 협업을 통해 실험적인 무대를 가졌던 그는 앞으로도 댄스스포츠를 알리기 위해 도전을 계속할 계획이다.
“댄스스포츠의 대중화와 인식 전환을 위해 앞으로 댄스스포츠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에요. 국내 1인자라기보다는 댄스스포츠의 개척자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박지우는…::
::◇라틴 댄스 5종::
1. 룸바(Rumba) 라틴 댄스 중 가장 인기 있는 종목 중 하나. 4분의 4박자의 느린 템포로 육감적이며 로맨틱하다. 무릎은 펴고 허리를 옆으로 움직인다.
2. 차차차(Cha Cha Cha) 남미 특유의 밝고 명랑함으로 가득 차 있는 춤. 봉고 드럼을 두드리는 소리가 차차차로 들린다.
3. 삼바(Samba) 브라질 흑인 계통의 주민들 사이에서 집단 댄스의 일종으로 시작. 1900년대 초 댄스 음악으로 발전했다. 강렬하고 고혹적이며 생동감 넘치는 춤으로 허리와 어깨를 많이 사용한다.
4. 파소도블레(Paso Doble) 스페인의 투우에서 유래된 독특한 행진곡 풍의 춤. 남자는 투우사를, 여자는 투우와 망토를 의미한다. 파소도블레는 스페인어로 ‘두 배의 걸음걸이’를 의미한다. 그만큼 빠르고 강한 춤이다.
5. 자이브(Jive) 재즈 음악에 맞추어 추는 격렬한 춤. 모던 댄스와 라틴 댄스 10종목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으로 초보자들이 제일 먼저 배우는 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