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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열외’되면 유령으로 사람취급 못 받는다…“귀신잡는 해병 맞네!”

입력 | 2011-07-06 17:27:21

총기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장병들의 합동영결식 (사진= 동아일보DB)


지난 4일 강화도 해병부대 내무반에서 총기사건을 일으킨 당사자인 김모 상병이 “기수열외는 없어져야 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기수열외’를 두고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뜨겁다.

군대를 다녀온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어떠한 경우라도 살인은 극단적이고도 잘못된 선택이어서 이해받지 못할 행동임이 분명한 사실이지만 ‘기수열외’라는 단체행동의 악습으로 인해 한 사람의 정신을 붕괴시키는 행위 또한 큰 잘못이다”는 주장이다.

이에 “아무리 그래도 살인은 옹호할만한 수준 자체가 아니다”는 의견과 “그런 대접을 받은 김 상병이 그럼 잘했다는 것이냐”는 대립각을 세우고 달려드는 네티즌들 사이에 설전이 한창이다.

우선 ‘기수열외(期數列外)’란 해병대는 기수를 기준으로 위계질서를 세우는데 특정인을 이런 위계로부터 제외하는 집단 따돌림을 말한다. 기수열외가 되면 선임자들이 후임 대우도 안해주는 것은 물론 후임자들도 선임 대우를 해주지 않으면서 집단 왕따시키고 무시하게 된다.

예를들어 이모 병장이 김 상병을 두고 그 후임인 일병, 이병에게 “김 상병 기수열외 시켜봐”라고 지시하면 일병, 이병이 자신의 선임인 김 상병에게 “어이, 김 상병. OO가 너 밥먹고 화장실 청소하래”, “김 상병. 누가 너 부른다”라며 반말로 대우하게 된다.

아울러 일병, 이병이 김 상병을 아예 없는 사람으로 취급해 관심을 두지 않는 것도 해당된다. 보급받은 물품을 일부러 훔쳐가거나 젖은 빨래를 관물대(군대내 개인 사물함)에 넣어 간부들에게 혼나게 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해병대를 나온 일부 네티즌들이 이러한 ‘기수열외’가 실제로 존재했음을 알리자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그런 환경을 조성한 선임이 가장 큰 문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아무리 군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남들보다 조금 떨어진다고 해서 군대라는 일반 사회와 동떨어진 독립적인 조직체에서 한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행위는 용납받을 수 없는 엄청난 모욕죄다”고 치를 떨었다.

또 “육체적인 살인보다 무서운 것이 바로 정신적인 살인이다. 군대라는 공동체에서 어떻게 저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상상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다른 네티즌들은 “대부분 만만해 보이거나 보복을 생각할 수 없는 약자들을 골라 행한 악습일 것이다”고 꼬집기도 했다.

‘기수열외’에 대한 트위터리안들의 의견 캡처.

‘기수열외’로 없는 사람인 유령으로 취급한다는 이야기에 일부 네티즌들도 “귀신 잡는 해병 맞네”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내보여 찝찝한 뒤끝을 남기기도 했다.

이렇듯 김 상병의 총기난사 사건을 ‘기수열외’라는 환경적인 문제로만 몰고 가는 것에 반대하는 네티즌들이 “함께 생활하는 전우들에게 총질을 하는 것을 옹호한다는 자체가 역겹다”면서 “김 상병의 경우 몇 개월만 참으면 전역하는 것을 그것을 못참고 총질이라니 어이가 없다”며 이전투구 양상으로 몰고가기도 했다.

그러자 한 네티즌은 “기수열외라는 악습을 당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것을 설득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기수열외라는 해병대내 관습적인 행태를 이번 기회에 없애야 한다는 뜻이지 총기사건을 일으킨 김 상병을 옹호한다는 것이 아니다”면서 “몇 개월 참으면 된다는 말은 헛소리다. 저런 환경에서 몇 개월이 아니라 며칠도 못 버틴다”고 말해 일단락되기도 했다.

한편 이번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을 조사중인 국방부합동조사단은 김 상병이 공범으로 지목한 정 이병을 긴급체포하고 수사에 나섰다. 정 이병이 지난 4일 김 상병이 간이탄약고에서 탄약을 빼돌릴 당시 목적을 알면서도 묵인했다는 것이다.

또한 총기사건으로 희생된 4명의 장례식이 6일 오전 거행돼 대전 현충원에 안장됐다.

동아닷컴 도깨비뉴스 김동석 기자 @kimgi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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