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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공단 ‘갑’ 노릇에 국민 돈 축난다

입력 | 2011-07-07 03:00:00

증권사에 향응 받고… “왜 인사 안오나?” 평가순위 멋대로 바꿔
퇴직간부 챙기려 등급조작… 엉뚱한 수수료 14억 낭비도




국민연금공단이 기금 운용을 맡길 증권사의 평가 순위를 조작해 특정 증권사에 부당 수익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공개된 감사원 보고서에는 339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산을 운용하는 연금공단이 부정과 편법의 늪에 빠진 모습이 드러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A 팀장은 2008년 12월 거래증권사 선정 평가를 하면서 평소 친분 있는 대학 동문이 영업담당자로 있는 B증권사와 C증권사의 등급을 올리기 위해 평가 점수를 조작했다. 결국 B사는 국연연금기금에서 1020억 원을, C사는 959억 원을 배정받았고 수수료로 각각 2억5500만 원과 2억4000만 원을 챙겼다.

전관예우도 빠지지 않았다. 지난해 6월 3분기 거래증권사 선정 평가 때는 공단 퇴직 간부가 대표이사나 임원으로 재직 중인 회사들의 등급을 올렸다.

지난해 9월에는 공단이 운영하는 청풍리조트 이용권을 강매한 사실을 국회에 제보한 증권사가 탈락하도록 평가 점수를 고쳤다. 증권사 영업팀 담당자가 업무를 시작한 지 1년이 넘도록 인사를 안 왔다는 이유로 점수를 낮추기도 했다.

2010년 말 기준 공단이 거래하는 증권사는 100곳, 배당금은 189조 원에 이른다. 국민이 내는 연금보험료로 막대한 자산을 굴리는 공단은 ‘갑’의 지위를 철저히 이용했다. 기금운용본부 직원들은 2009년 12월 D증권사 계열의 인재개발원에서 워크숍을 열고 술대접을 받았다. 이때 연수원 이용비를 깎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

기금을 낭비한 사례도 여럿 적발됐다. 공단은 지난해 프랑스 오파리노쇼핑몰의 투자수익률이 적정 기준 미만이었음에도 투자를 승인했다. 2009년 5월 서울의 빌딩을 매입할 때는 운용사에 주지 않아도 될 수수료 14억4000만 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공단이 가입자 수를 잘못 계산해 가입자들에게 피해를 준 사실도 지적됐다. 공단은 가입자 1명이 복수의 사업장에 등록됐을 경우 가입자를 1명이 아닌 2명으로 계산해 연금이 줄어들게 했다. 이렇게 해서 1989년부터 지난해까지 580억 원이 가입자에게 덜 지급됐다.

국민연금공단은 “올 3월부터 거래 증권사 평가 시스템을 바꿔 점수를 임의로 바꿀 수 없게 했다”며 “감사원 지적 사항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