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병대 총격사건 수사
해병대 총기사건을 수사 중인 군 당국은 가해자인 김모 상병(19)과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정모 이병(20)을 6일 긴급 체포했다.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는 “김 상병이 K-2 소총에 실탄을 장전할 때 정 이병에게 수류탄을 건네주면서 고가 초소를 폭파하도록 지시했다고 진술했고, 정 이병도 이를 인정했다. 그러나 정 이병은 이를 실행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 정 이병, 수류탄으로 초소 폭파 모의
군 당국은 사건 당일 김 상병이 범행 직전 간이탄약고에서 훔친 탄약통에서 수류탄 1발을 꺼내 정 이병에게 건네주며 범행을 공모했다고 밝혔다. 김 상병이 상황실과 생활관을 오가며 소총을 쏘는 동안 정 이병은 수류탄으로 고가 초소를 폭파하도록 사전에 각본을 짰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또 군 당국은 최근 두 사람이 “우리가 구타를 없애버리자. 함께 사고를 치고 탈영하자”는 대화를 나눴고, 정 이병도 이를 시인했다고 밝혔다. 사건 당일엔 김 상병이 “○○○을 죽이겠다”고 하자 정 이병은 처음엔 “그러면 안 된다”고 제지하다가 나중엔 “함께 죽이고 탈영하자”고 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 정 이병 아버지 “휴가직전… 이해안돼”
군 수사 관계자는 “정 이병이 부대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김 상병과 가까이 지냈다”고 말했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가장 후임병인 정 이병과 ‘기수열외’라는 따돌림으로 괴로워하던 김 상병이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군 당국은 보고 있다.
정 이병은 올해 4월 자대에 배치됐다. 모든 신병은 적응 때까지 ‘관심병사’로 분류돼 특별관리를 받는다. 다른 관계자는 “정 이병도 김 상병처럼 부대 생활에서 갈등과 어려움이 컸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 “총기 함께 훔쳤다” vs “사실 아니다”
군 당국은 김 상병이 사건 당일 정 이병과 함께 소초 상황실의 간이탄약고와 인근 복도의 총기보관함에서 각각 탄약과 총기를 훔쳤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정 이병은 김 상병의 총기 절취 행위를 도와줬거나 최소한 방조했을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정 이병이 군 조사에서 매우 불안해하며 자꾸 진술을 바꾸고 있다”면서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두 사람이 함께 총기와 탄약을 훔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이병은 이 같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수류탄을 터뜨려 자살을 시도한 김 상병의 진술도 오락가락해 추가 조사 중이라고 군 수사 관계자는 전했다.
○ 상근예비역 옷에서 탄약통 열쇠 훔쳐
김 상병은 사건 전날인 3일 오후 8시 반부터 10시까지, 김 일병은 4일 0시부터 오전 2시까지 각각 근무를 섰다. 김 일병은 관련 규정에 따라 근무를 끝낸 뒤 탄약고 열쇠를 상황실에 반납해야 하지만 이를 어기고 관행적으로 자신의 호주머니에 보관해왔고, 이를 눈여겨본 김 상병에게 범행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