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경 올해초 간첩죄로 처형
남북한이 지난해 11월 연평도 포격 직후부터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으로 경색된 남북관계와 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하기 위해 서울과 평양에 서로 당국자를 비밀리에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 기간에 북측에서 류경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이 서울을, 남측에서 김숙 당시 국가정보원 1차장이 평양을 방문했다. 이런 교차 방문 결과 남북은 정상회담을 1차 판문점, 2차 평양에서 열기로 하고 천안함, 연평도 사건의 해결에 대해서는 ‘과거의 불행한 사태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서로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한다’는 수준에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천안함, 연평도 사건을 매듭지을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올해 1월 이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의한 것으로 보인다.
▼ 北, 류경 처형후 강경파 득세… 군사회담 결렬과 관련있는듯 ▼
대북 소식통들은 남북 비밀접촉에 나선 류경이 올해 초 간첩죄 혐의를 받고 처형당한 것이 군사실무회담 결렬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25일 “류경이 남한에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숙청됐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류경은 김정은 후계구축의 권력투쟁 과정에서 숙청됐을 것이며 남한에 비밀을 누설했을 가능성보다는 남측과의 접촉 자체를 숙청의 빌미로 삼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류경의 숙청은 결과적으로 북한에서 대화파의 입지가 줄어들고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류경과 함께 주상성 전 인민보안부장도 3월 해임돼 숙청된 것은 북한 내부가 권력투쟁으로 상당히 불안하다는 증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들은 올해 5월 다시 이어진 남북 비밀접촉에 대해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를 받기 위해 접촉했다”고 밝혔다. 남측은 이 접촉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을 설명하며 내년 3월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해 3차 정상회담을 열자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북한 강경파가 (접촉에서) 어떤 양보도 거부하고 한국의 김정일 초청 제안에 화를 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류경-김숙의 비밀접촉 사실을 부인했다. 국정원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고, 통일부와 청와대 관계자들도 “모르는 이야기”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방북 당사자로 지목된 김 전 차장은 “국정원에서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것 외에 추가로 설명할 것이 없다”며 “유엔대사 부임을 앞둔 시점에서 더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 류경은 누구 ▼
김정일 신임 업고 승승장구… 권력싸움서 밀려
수만 명의 보위부 요원을 거느리고 각종 첩보까지 손에 쥔 류 부부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두터운 신임을 업고 승승장구했다고 한다. 후계자 김정은이 ‘대장‘ 칭호를 받았던 지난해 9월엔 중장(한국의 소장)에서 상장(중장)으로 승진했다.
그랬던 류 부부장이 갑자기 숙청당한 이유는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과의 권력싸움에서 밀렸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류 부부장에게로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경계한 장성택이 그를 견제하기 시작했고, 결국 3대 세습 구축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제거됐다는 것이다.
류 부부장은 호위총국에 체포돼 북한 고위 간부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에게는 남측 공작에 휘말려 대남 전략을 유출시켰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일부에서는 수뢰와 부정축재 혐의를 거론하기도 하지만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대북 소식통들은 류 부부장의 기밀 누설 혐의에 대해 권력투쟁 과정에서 숙청하기 위해 만든 명목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소식통은 “상황의 전모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그가 처형됐다는 것”이라며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