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 사립문… 초가… 고향을 걷는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정지용 시 ‘향수’ 중)
향수 100리길은 자전거 길로 유명하지만 드라이브와 걷기에도 매력적인 코스다. 정지용 시인의 발자취가 깃든 길을 MTB마니아들이 달리고 있다 옥천군 제공
시작점인 정 시인 생가는 1974년 허물어진 것을 1996년 복원했다. 구읍 사거리에서 수북쪽으로 청석교 건너편에 있다. 돌담과 사립문, 초가 등 시심(詩心)을 키우던 정 시인의 어린시절이 투영된다. 콘크리트로 된 실개천이 아쉽지만 부레옥잠과 갈대 등이 우거졌던 옛 모습 그대로 복원이 진행 중이어서 올해 말이면 시(詩) 속 실개천이 되살아날 것으로 전망된다.
멋진 신세계에서 장계교를 지나 인포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안남면으로 접어든다. 안남초등학교 옆 좁은 길을 따라 가다 산으로 오르면 ‘둔주봉’(384m)을 만난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금강이 만들어낸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다. 하산해서 경율당(시도유형문화재 192)을 지나 오른쪽 농로로 들어서면 금강휴게소까지의 비포장도로가 이어진다. 금강을 따라 난 좁은 도로지만 하늘빛과 물빛이 어우러진 꿈같은 매력을 선사한다.
금강휴게소는 경부고속도로 상행선과 하행선, 국도에서 모두 진입할 수 있는 게 특징. 휴게소 안쪽 한 벽면이 통유리로 돼 있어 시원한 금강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휴게소 인근 굴다리를 지나면 옥천의 맛을 맛볼 수 있는 토속음식촌이 모여 있다. 계속 금강변을 따라 달리면 안터선사공원을 지나 출발지인 정 시인 생가에 도착한다. 경부고속도로 옥천 나들목에서 정 시인 생가까지는 승용차로 10분 정도 걸린다.
옥천은 민물생선 요리가 유명하다. 피라미를 프라이팬에 동그랗게 돌려 담은 뒤 기름으로 바삭하게 튀기고 매운 양념을 바른 ‘도리 뱅뱅이’와 여러 민물고기를 푹 삶은 뒤 그 육수에 국수를 끓인 ‘생선국수’가 대표 메뉴다. 올갱이(다슬기의 사투리)국과 인삼메기탕도 유명하다. 전국 유일의 옻산업특구여서 옻닭과 옻비빔밥 등 다양한 옻요리도 맛볼 수 있다.
서울∼옥천 간 ‘시문학 자전거열차’가 옥천포도축제(7월), 가을단풍여행(9월), 시인의 고향을 찾아서(10월), 2011 마지막 MTB여행(11월) 등 테마별로 운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