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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전병석 씨 5년만에 두번째 전시회

입력 | 2011-07-08 03:00:00

서양화가 전병석 씨
“비장애인들에게 꽃 한아름”




쌍리갤러리 전시장에서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전병석 작가.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누나가 기사를 보고 처음으로 ‘장하다’는 말을 했어요….”

2006년 10월의 마지막 날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온 그의 목소리는 다소 상기돼 있었다. 이날 치 동아일보에 소개된 기사 ‘장애를 넘어 그린 건 행복’의 주인공인 서양화가 전병석 씨(43)였다.

▶본보 2006년 10월 31일자 A14면(중부판) 참조
[대전/충남]이사람/‘어머니와 사랑’ 2번째 개인전 여는 전병석 씨


당시 와인과 맥주를 파는 카페(비잔)에서 전시회를 여는 것이 이채로워 취재를 시작했다. 취재를 해보니 그는 직선을 긋는 데도 심한 어려움을 겪을 만큼 몸이 불편했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것만 헤아리면서 작업에 몰두하는 행복한 그림쟁이였다. 그 행복은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며 사는 데서 온다고 그는 말했다. 1987년 3월 몸이 불편한 아들을 걱정하면서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그가 나눈 마지막 대화는 이랬다.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한다.” “행복하게 잘 살게요. 먼저 가 계세요, 어머니.”

이후 몇몇 방송에서도 그를 취재했다. 전 작가는 동아일보 기사를 음성(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으로 휴대전화에 내려받아 자주 들었고 만나는 사람에게도 들려줬다. 기자는 오히려 그런 그의 모습에 감동을 받곤 했다.

카페 전시회 이후 5년 만에 그가 다시 전시회를 연다. 최근 만난 그는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림을 본 일부 작가가 “작품이 좋다”고 격려했지만 주변을 실망시켜선 안 된다는 생각이 그를 더 압도했기 때문이다.

6일 저녁 ‘여름 꽃 이야기’라는 그의 전시회가 열릴 대전 중구 대흥동 쌍리갤러리를 찾았다. 각양각색의 꽃 그림만 35점이 내걸려 ‘화원’에 들어선 듯했다. 지난번처럼 이번에도 작품마다 자신과 어머니를 상징하는 작은 새 두 마리가 있었다. 왜 꽃만 그렸냐고 물었다. 그는 “여름에는 꽃이 거의 없지 않느냐”고 대답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필요하지만 없는 것’을 주고 싶어 했나 보다. 전시회 7∼13일. 042-253-8118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