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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병들, 체크카드 빼앗아 사용… 성추행까지”

입력 | 2011-07-09 03:00:00

자살 해병 친지들 “‘보직 편하다’ 2, 3명이 괴롭혀”주장“하루 2만~3만원씩 상납… 군화값 등 명목 50만원 송금”




이달 3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해병대 2사단 소속 A 이병(23)의 가족이 부대 내 구타와 가혹행위 의혹을 제기해 파문이 일고 있다.

▶본보 8일자 A12면 총기사고 전날 같은 사단 이병 외박…

A 이병의 고모부 조모 씨(57)는 8일 “조카가 외박을 나와 친구들에게 부대생활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며 “선임병에게서 구타는 물론이고 고문이나 다름없는 가혹행위를 당했고 심지어 돈까지 빼앗겼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유족에 따르면 A 이병은 올해 2월 모 체육대학(테니스 전공)을 졸업한 뒤 4월 초 해병대에 입대했다. 이어 5월 중순 경기 김포의 2사단에 배치돼 부대 테니스장 관리업무를 맡았다.

조 씨는 해병대 출신인 A 이병의 친구 말을 인용해 “조카가 ‘편한 보직에 있다’는 이유 등으로 선임병 2, 3명으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선임병들은 A 이병의 옷을 모두 벗긴 뒤 성기를 둔기로 찌르는가 하면 알몸으로 찬물에 들어가게 했고 어두운 창고에 가두기도 했다는 것. 또 두 사람이 양팔을 잡고 다른 병사가 수통 등을 이용해 쇄골 부위를 짓누르기도 했다고 유족은 주장했다.

금품 갈취 의혹도 제기됐다. 유족은 A 이병이 고참들에게 하루 2만∼3만 원씩 상납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A 이병이 소지하고 있던 체크카드 사용명세를 유족이 확인한 결과 5월 27일부터 6월 17일까지 15만 원가량의 금액이 결제됐는데 갓 입대한 이병이 사용한 것 치고는 짧은 기간에 액수가 많다는 것이 유족의 주장이다. 또 A 이병이 전화를 걸어 “군화를 잃어버려 새로 구입해야 한다”며 가족에게서 20만 원을 송금받는 등 4, 5차례에 걸쳐 50만 원가량을 별도로 받은 것도 상납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조 씨는 “조카가 ‘선임병들이 담배를 사 바치게 하고 체크카드를 빼앗아 멋대로 사용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A 이병은 2일 첫 외박을 나와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이런 내용을 밝혔고 다음 날 낮 12시 40분경 경기 안성시 죽산면의 한 상가건물 계단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입고 있던 옷에서 발견된 메모 형식의 유서에는 ‘잘하고 싶었는데…. 부모님께 죄송하다. 못난 아들 용서해 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부검은 4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 율동 국군수도병원에서 이뤄졌으며 5일 장례를 치렀다.

부검에 참석했던 조 씨는 “쇄골 부위에 3cm가량의 멍이 있었다”며 “부검의가 ‘5∼7일 전에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조 씨는 “군이 자살의 원인을 가정문제 등 개인적인 이유로 몰고 가며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며 “철저한 조사로 조카의 억울한 죽음을 반드시 밝혀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유서에 가혹행위 등에 대한 언급이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에 대해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안성=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