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비시/로버트 매크럼 지음·이수경 옮김/484쪽·2만 원·좋은책들
신웅재 광운대 교수 한국셰익스피어학회 회장(왼쪽)
“유명한 일본 화가인 우에노 노리오는 왜 자신의 추상화에 영어 단어를 집어넣을까?”
2018 겨울올림픽의 평창 유치 과정에서 다양한 인사의 영어 프레젠테이션이 큰 영향을 미쳤듯, 세계 언어로서 영어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영어 변천사 권위자인 저자가 지은 이 책은 영어가 어떻게 지금과 같은 지위, 즉 글로비시(‘글로벌 잉글리시’의 약어)가 됐는지 상세하게 알려준다.
한때 로마의 식민지였으며 수백 년간 이웃 민족들의 침입과 약탈에 시달린 북대서양의 조그만 섬나라 영국, 그리고 이 섬나라의 식민지였던 미국의 언어인 영어.
이 책은 앵글로색슨족의 고대 언어에 불과했던 영어가 현재 세계인의 보편적인 의사소통 수단이 되기까지 그 기나긴 과정을 수많은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통해 생생하게 그려낸다.
북대서양의 작은 섬나라 영국에서 시작해 세계의 언어가 된 영어. 저자는 “영어가 전파력이 강하고 적응력이 높으며 대중적이기 때문에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글로비시의 수명과 효능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그래픽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특히 미국 영어 및 흑인 영어의 형성이 이 언어의 발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고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영어는 더욱 대중화됐고 세계 공용어가 될 수 있는 초석을 다지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도의 실리콘밸리인 방갈로르와 발리우드의 호황의 이면에 영어가 있다는 것과 중국의 ‘크레이지 잉글리시’ 학습열풍 등 최근 현상들도 적절한 자리에 언급해 날로 확산되는 글로비시의 파급력과 중요성을 실감 있게 드러낸다.
요컨대 이 책은 영어라는 언어의 발달과정을 총체적인 문화현상의 산물로 파악하는 통섭적 시각을 보여준다. 또 영국과 미국의 역사적인 큰 사건들과 걸출한 문인들의 업적이 영어에 끼친 영향과 인과관계, 영어의 미래에 대해서도 예리하게 통찰한다. 글로벌 시대의 모든 현대인에게, 특히 역사와 문학에 관심을 지닌 독자들이라면, 흥미와 지식과 교훈을 제공하는 인문교양서가 될 것이다. 유려한 문체도 돋보인다. 어문학을 전공하는 이들에게는 필독서로 추천할 만하다.
영어는 영국이라는 작은 섬나라가 세계에 준 가장 커다란 선물이다. 영어를 공부하느라 고생하는 세계인들에게 이 책은 강력한 영어 학습동기를 유발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으리라 본다.
신웅재 광운대 교수 한국셰익스피어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