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건 통과시키는 거수기 역할… 100개 기업 부결건수 4건뿐
지난해 대기업 사외이사들이 1년에 고작 10차례 정도의 회의에 참석하면서 최고 1억 원에 가까운 연봉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은 대부분 아무런 반대 없이 일사천리로 통과시켜 ‘대주주의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100개 상장기업 가운데 지난해 사외이사의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현대제철로 9700만 원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현대제철 사외이사 5명이 정기·임시 이사회에 참석한 날은 겨우 열흘에 불과했다. 하루 평균 970만 원의 보수를 챙겨간 셈이다. 또 이 회사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이사회에 올라온 총 22건의 안건을 반대 없이 모두 가결 처리했다. 이 때문에 출근 시간과 업무 강도, 안건 처리 비중 등을 감안할 때 급여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모비스 사외이사 5명도 지난해 11차례 정기·임시 이사회에 참석해 평균 94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출석 1회당 855만 원의 보수를 받아간 것이다. LG전자 사외이사 4명의 연봉도 8300만 원으로, 10차례의 정기·임시 이사회를 고려하면 하루 보수가 830만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 밖에 현대차 사외이사는 8100만 원, SK텔레콤은 7800만 원, LG는 7600만 원, 기아차는 7100만 원의 평균 연봉을 지난해 받아간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사외이사 4명의 평균 연봉은 6000만 원으로 중간 수준이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