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퍼스트… 올림픽 아무리 잘치러도 환경 잘못되면 ‘실패’
“지구적 차원에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Think Globally, Act Locally).”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세계 178개국과 국제기구의 8000여 명이 참석하는 유엔환경개발회의가 열렸다. 사실상 지구적 차원으로 열린 첫 환경회의에서 등장한 이 명제는 글로벌 시대의 진리가 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환경에 관심을 보인 것은 117년 역사에 비해 극히 최근의 일이다. 1992년 겨울올림픽을 유치한 프랑스 알베르빌이 준비 과정에서 최악의 환경오염 올림픽이라는 비난을 받은 게 계기가 됐다. IOC는 1991년 올림픽 헌장을 수정해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모든 도시는 2000년부터 반드시 환경보호 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이듬해부터는 모든 국제경기연맹과 국가올림픽위원회(NOC)가 지구 서약에 서명하게 했고, 개최 도시를 선정할 때도 환경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유치전에서 평창의 강력한 라이벌로 꼽혔던 독일 뮌헨이 25표에 그쳤던 데는 토지 수용과 환경 파괴를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가 중요한 이유가 됐다. 1976년 겨울올림픽을 유치하고도 야생 동물 서식지 파괴 등 환경 및 경제성 논란이 계속되자 주민 투표 끝에 개최권을 아예 반납한 미국 덴버처럼 극단적인 사례도 있다.
정희준 동아대 생활체육학과 교수는 “겨울올림픽은 그 성격상 환경 파괴 없이 개최할 수 없다. 특히 인프라가 부족한 평창은 더 그렇다”며 “보름 정도의 이벤트를 위해 후손에게 물려줄 산을 깎는 것은 잘못이다. 한 번 무너지면 환경 파괴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대안으로 IOC와의 협상을 강조했다. 향후 출범할 조직위원회가 스포츠 외교력을 총동원해 프레젠테이션에서 약속했던 접근성이 떨어지더라도 환경 훼손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다른 곳에 경기장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거는 있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을 유치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2008년 7월 환경 파괴 논란을 낳고 있는 관련 시설 3개를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을 조직위에 지시했다. 당시 그가 내세웠던 논리는 “시설 이전 비용은 감수할 수 있지만 공사를 강행할 경우 환경에 대한 타격은 우리가 만회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것이었다.
1994년 겨울올림픽을 유치한 노르웨이 릴레함메르는 산의 외형과 숲을 훼손하지 않고 암벽 속에 아이스링크를 만드는 등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환경 파괴를 줄이려고 노력했다. 철새들의 보금자리까지 계산해 새로 도로를 놓는 것도 최소화했다. 대회 조직위가 시설 설계 단계부터 환경보호단체들과 전문적인 협의를 거친 덕분이었다.
평창 유치위 역시 IOC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주요 시설별 환경 보전 계획(표 참조)을 마련해놨다. 그러나 ‘지역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이제부터다. 정 교수는 “엄밀히 말해 흑자 올림픽은 존재하지 않는다. 적자폭을 얼마냐 줄이느냐가 문제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 바로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