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도 野도 판 뒤집기…“텃밭 버려야 산다” 적지 출격까지

○ 대대적 물갈이론 번질까
한나라당은 원 최고위원과 유승민 최고위원이 물갈이론의 군불을 때고 있다. 원 최고위원은 10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당이 내년 총선 때 새로운 인물들을 영입해야 선거를 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올가을부터 현역들의 불출마 선언이 도미노처럼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유 최고위원은 7·4전당대회 기간 내내 “현역 의원을 대부분 다시 공천해선 박근혜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가 모두 뛰어다녀도 총선을 못 치를 것”이라며 물갈이 필요성을 제기했다.
상당수 한나라당 의원이 내년 총선 판세와 관련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당내엔 17대 총선 당시 3선 이상 의원 16명을 포함해 27명의 현역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逆風)을 뚫고 121석을 건져낸 일을 심심찮게 화제에 올리는 이들이 많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과거 김영삼(YS)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직접 ‘새 피 수혈’ 방식을 썼지만 그런 ‘제왕적’ 영향력을 가진 실력자가 없는 상황에서 중진들의 자발적인 불출마를 통한 신진 인사 영입이 필요하다”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영호남 중진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영남과 호남에 지역구를 둔 한나라당(전체 62명)과 민주당(29명)의 3선 이상 의원은 각각 19명, 10명이다.
○ 저항도 만만치 않을 듯
그러나 반발과 저항의 강도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국회의장을 지낸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은 19대 총선 출마 의지를 밝힌 뒤 비판이 나오자 보도자료를 내고 “국회의장을 지냈다고 무조건적으로 열외시키려는 것은 맹목적 사고”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자 영남 6선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지역구민이 (나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국회를 새로운 인물들로 새롭게 구성하는 게 물갈이지, 똑같은 인물들이 자리(지역구)만 옮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호남 3선인 이강래 의원은 “중진이라는 이유로 물갈이 대상에 올리거나 수도권 차출을 운운해선 안 된다”며 “지역구를 중앙당의 바둑돌처럼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김효석 의원의 수도권 출마로 ‘직격탄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는 건 대단한 용기이자 결단이지만 과연 해당 지역 유권자들이 마냥 반기기만 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