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정치부
3년이 지난 요즘. 통일부의 P 과장은 “요즘 머릿속으로 금강산의 사건 발생 현장을 수없이 다시 걸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가 머물던 호텔에서 출발해 철망도 없이 군사경계지역에 덩그러니 쌓여있던 모래언덕을 넘어보고, 박 씨에게 발포했다는 북한 초소 근처도 왔다갔다 해본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북한이 왜 그렇게 대응했는지 입장을 바꿔 다시 생각해 보려고요. 그러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 생각이 좀 떠오를까도 싶어서….”
정부는 북한에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약속,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 등 3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거부로 금강산관광 문제가 해법을 찾지 못하는 사이에 주 사업자인 현대아산의 손실은 3900억 원을 넘어섰다. 관리인력 10여 명만 금강산에 남아 먼지 쌓인 시설물을 지키고 있다.
그 시설물마저 이제는 북한에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북한은 남측 금강산관광 사업자들에게 “13일까지 재산 정리안을 마련해 방북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13일 시한이 지나면 재산처분 절차에 들어갈 태세다. 정부는 8일 남북 양측이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의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공식답변도 받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북한은 중국과의 친선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11일은 북-중 우호조약 체결 50주년을 맞는 날이다. 양국은 이를 기념한 각종 행사와 고위급 인사교류로 협력을 다졌다. ‘한쪽이 외부의 무력침공으로 전쟁상태에 처하면 상대방은 지체 없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의 우호조약 2조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을 등에 업고 큰소리치는 북한을 보면서 P 과장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금강산 문제는 남북관계 전반, 나아가 국제정치의 문제이지 그것만의 해법이 나올 수는 없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포괄적으로 풀기 위한 비밀접촉마저 폭로한 상황이다. 어렵더라도 보다 큰 틀에서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접근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