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3년차인 우리은행 직원은 “입사 후 처음으로 길거리 캠페인을 하려니 민망하다”면서도 “매일 아침 적금 판매 실적을 올리기 위한 대책회의를 할 정도”라고 사내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평소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영업에 소극적으로 비치던 우리은행 직원들이 길거리 홍보전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가 뭘까요.
무엇보다 올해 취임한 이순우 행장의 의중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입니다. 이 행장은 ‘사람 좋은’ 미소로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지만 깐깐하고 신중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행장 본인이 은행 개인영업 부문에 오래 몸담았기 때문에 상품개발이나 영업에 관련해서는 손바닥 보듯이 꿰고 있다고 합니다. 어설픈 마케팅 전략이나 신상품으로는 여간해서 이 행장의 허락을 받아내기 힘듭니다.
금융당국은 ‘6·29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하나로 은행에 예대율을 높이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수신을 끌어올려야 하는 이 행장으로서는 매직7 적금이 ‘효자’처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신용카드 사용과 연계하다 보니 잠자고 있던 우리카드 고객이나 새 고객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거죠. 임직원들도 이 행장이 처음 의욕을 보이는 상품이다 보니 모든 일을 제쳐두고 매달리는 상황입니다. 다행히 은행권에 흔치 않은 연 7% 적금이어서 고객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2조5000억 원의 한도가 정해진 특판이었지만 다른 은행들도 뒤따라 적금 관련 이벤트를 벌이는 등 시장을 선점했다는 의미도 큽니다. 이 행장의 기대가 큰 만큼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합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