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타는 말 취소하라”… 점집 찾아가 망치 휘둘러
‘왜 신기(神氣)가 사라졌냐니까….’
무속인 이모 씨(53·여)는 이달 초 점을 보러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유명한 점집을 찾았다. 자신이 운영하는 점집에 손님이 주는 등 일이 풀리지 않자 점을 잘 본다고 소문난 또 다른 무속인 김모 씨(49)를 찾은 것. 하지만 김 씨는 점을 본 뒤 이 씨에게 “신이 허공에 떠버려 (당신의) 신기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 씨의 말 때문에 부정(不淨) 탈 것을 우려한 이 씨가 “뱉은 말을 취소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김 씨는 이 씨의 부탁을 거절했다.
김 씨 때문에 자신의 신기가 사라졌다고 믿은 이 씨는 이후 매일같이 김 씨를 찾아가 “왜 신이 떠났는지 알려 달라”고 요구했지만 김 씨는 요지부동이었다.
참다못한 이 씨는 며칠 후 김 씨의 점집을 찾아가 TV를 보고 있던 김 씨의 머리를 가지고 간 망치로 10여 차례나 내려쳤다. 간신히 도망친 김 씨는 목숨은 건졌지만 현재 병원에서 두개골 접합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다. 경찰은 “이 씨가 신기도 찾아주지 않고 이유도 설명하지 않는 김 씨에게 화가 나 일을 저지른 것 같다”며 “김 씨가 입원 중이라 신기가 사라진 이유를 왜 설명해주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 무속인은 “무속인끼리도 일이 안 풀리면 서로 점을 봐주고 위로해주는데 김 씨가 이런 점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대문경찰서는 11일 이 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