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시절이 있었다.”
가수 이장희가 지난해 말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 말이다. 자조적이면서도 이젠 그저 지난 추억으로만 자신의 한 시절을 돌이키는 듯한 여운을 남긴 이 말에서는 씁쓸한 풍경이 묻어난다.
한창 젊었던 시절, 마음껏 노래를 만들고 노랫말을 쓰며 목청껏 노래 부르고 싶었던, 그 깊고 열정적인 젊음의 정서가 무참히 짓밟힌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6월 김추자의 ‘거짓말이야’ 등 43곡의 가요를 금지한 데 이은 2차 조치였다.
금지 결정에 대해 이장희의 음악적 재능과 성과를 거론하며 반론도 있었지만 무시됐다. 이젠 ‘한국 록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신중현의 음악은 아예 음악적 질서를 파괴하는 것으로까지 받아들여졌다.
1970년대 일부 가요에 대한 금지곡 선정은 1976년 말 대마초 파동과 함께 1970년대 가요계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남아 있다. 가수도, 대중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고, 이해할 수도 없었던 금지의 시대가 남긴 초상이기도 했다.
이 노래들이 비로소 빛을 다시 찾은 것은 1987년 8월. 공연윤리위원회는 1975년 이후 금지됐던 382곡 가운데 186곡을 해제했다. ‘동백아가씨’와 ‘아침이슬’ 등도 그 목록에 올랐고 9월에는 방송금지곡 800여곡 가운데 500곡이 해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