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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뚫고 다른 지점 가보라니…”

입력 | 2011-07-12 03:00:00

문닫은 SC제일銀 43개 지점서 분통… 고객들 “택시비지원 약속도 안지켜”




“어느 지점이 문 열었나요” 11일 서울 서대문구 SC제일은행 북아현동 지점을 찾은 한 고객이 문 닫힌 지점 앞에서 청원경찰에게서 영업 중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날 문을 닫은 43개 지점에서 고객들은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한 업무만 볼 수 있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1일 오전 11시경. 서울 서대문구 SC제일은행 북아현동 지점을 찾은 최모 씨(38·여)는 우산을 쓴 채 문이 닫힌 영업점 앞에서 분통을 터뜨렸다. 거래처에 돈을 송금해야 하는데 자동화기기(ATM)로는 할 수 없어 결국 인근 신촌 지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최 씨는 “점포 문을 닫아 오늘에서야 파업하는 줄 알았다”라며 “비가 이렇게 쏟아지는데 어디까지 가라는 거냐”라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성과급 도입에 반대하는 SC제일은행 노조의 파업이 3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 측이 11일부터 일부 영업점의 문을 닫아 고객들의 피해가 불어나고 있다. 이날 SC제일은행은 서울 잠실본동과 방배역, 신길동지점 등 서울지역 지점 33곳과 부산 2곳, 대구 1곳, 경기 7곳 등 모두 43개 지점의 운영을 중단했다. 은행 측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한다면서 문을 닫은 영업점에도 청원경찰을 배치해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ATM 이용을 권유하고, 그래도 안 되면 가까운 지점을 안내하고 있지만 고객 불편은 커져만 가고 있다.

특히 문을 닫은 지점을 찾은 노인 고객들의 혼란이 컸다. 노인 고객들은 ATM 이용이 서툴러 업무정리를 위해 남아있던 지점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야 했다. 이 때문에 ATM 뒤로 5, 6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상황이 되풀이됐다. SC제일은행 측은 인근 지점으로 가야 하는 고객을 위해 택시비를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일부 지점에서는 이를 알리지 않거나 ‘거리가 가깝다’며 택시비 청구를 위한 확인증을 발급하지 않았다.

SC제일은행 비노조 직원들은 파업이 길어져 영업점 운영 중단 사태까지 이어지자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파업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기존 고객은 물론이고 지나가는 시민들까지 파업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은행 이미지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 SC제일은행의 한 직원은 “지금도 사실상 개인고객에 대한 여신 업무와 신규 고객 유치가 중단된 상황인데 은행의 앞날이 걱정”이라고 전했다. SC제일은행 노사는 실무협상을 계속하고 있으나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