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추동마을 수문철거 요청… 범람 막아순천 신대리 순찰… 산사태 직전 4명 대피
백운산 자락에 위치한 전남 광양시 옥룡면 추산리 추동마을은 장마 때마다 인근 추동보의 범람으로 상습피해를 보던 곳. 2002∼2008년 폭우와 장맛비로 3차례나 추동보가 범람해 마을 가옥이 침수되는 등 피해를 보았다.
이 때문에 이 마을 정순갑 이장(52)은 이번 폭우가 본격적으로 쏟아진 9일 새벽부터 이틀간 밤낮으로 추동보 앞을 지켰다. 백운산 지역은 8일부터 3일간 540mm가 쏟아져 전국 최고 강수량을 기록했다. 정 이장은 폭우가 내리던 9일 오후 광양시에 “마을 앞에 설치된 추동보가 범람하려 한다”며 긴급하게 수문 철거를 요청했다. 추동마을 인근에는 보 4개가 설치돼 있고 범람위기에 놓였던 것은 마지막 보였다. 이 보는 길이 30m, 높이 1.5m 정도이며 수문은 폭 3m, 높이 1m 크기다. 폭우로 범람 위기에 놓였지만 보 수위가 최고치에 달하면서 수압 때문에 수문이 열리지 않았다.
추동마을은 86가구 주민 194명이 살고 있고 정 이장은 2008년 7월부터 이장을 맡고 있다. 정 이장은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광양시 옥룡면은 11일 옥룡지역 이장 26명이 모인 자리에서 정 이장의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 김회기 옥룡면장은 “추동보 철거를 놓고 주민 의견이 분분했으나 이번 범람 위기를 겪고 철거키로 했다”며 “정 이장의 노력 덕분에 평균 연령 60세가 넘는 추동마을 주민들이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전남 순천시 해룡면 신대리 박태학 씨(60) 등 산두마을 2가구 주민 4명은 해룡면사무소 직원들의 철저한 순찰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 정용배 면장(54) 등 직원 23명은 9일 새벽부터 위험시설을 순찰해 산두마을 뒷산이 무너져 내릴 조짐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박 씨 등을 대피시켰다.
광양=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