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심가의 회사에서는 점심시간이면 여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컵라면을 국물 삼아 도시락이나 김밥을 먹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편의점의 컵라면 매출은 올 들어 30% 증가했다. 지난해 김밥 매출은 100% 늘었으며 올해는 증가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구내식당에는 점심시간마다 긴 줄이 늘어선다. 구내식당이 없는 회사 직원들은 주변 회사 구내식당을 찾아가기도 한다.
상가 임대료가 비싼 지역에서는 5000원으로 버젓한 점심을 먹을 데가 없다. 서울 시내 유명 냉면집의 냉면 한 그릇 값은 대체로 9000∼1만 원이다. 설렁탕과 콩국수는 8000∼9000원, 칼국수가 6000∼7000원 선이다. 가뜩이나 가계부채 이자 지급, 급등하는 전세금, 줄어들지 않는 교육비로 허리가 휘는 직장인으로서는 점심값 1만 원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한국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조사 결과 올 한국 직장인의 평균 점심값은 5551원이다. 일본 신세이(新生)은행 계열 ‘신세이 파이낸셜’에 따르면 올 일본 직장인의 점심값 지출은 490엔(약 6600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만2820달러로 한국의 1인당 GDP 2만591달러보다 2배 이상 많은 점을 고려하면 일본의 84% 수준인 한국의 점심값은 비싸다. 정부는 식당을 직접 압박해 가격을 규제하기보다는 일본처럼 싸고 맛있는, 경쟁력 있는 식당이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