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개봉 독일영화 ‘헤어드레서’
고도비만 여성의 꿈과 사랑을 유쾌하게 그린 독일 영화 ‘헤어드레서’. 진진 제공
몸이 계급이라는 이 시대, 카티는 독일 사회의 최하층민이나 다름없다. 몸매뿐 아니라 다른 조건도 심란하기는 마찬가지. 통일 후에도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동독 출신인 데다 이혼녀다. 엄마 곁을 지키는 속 깊은 딸과 조그만 아파트가 위안거리다.
카티는 그래도 남다른 재주가 있다. 육중한 몸과 달리 섬세한 손은 머리를 하러온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래봐야 고객은 복지시설의 노인뿐이지만 언젠가는 손재주를 마음껏 펼칠 미용실을 갖는 것이 그의 꿈이다.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어 우울할 것 같지만 카티는 항상 밝다. 이런 그녀 곁에는 남자들이 있다. 술집에서 만난 덩치 큰 아저씨는 카티와 첫 키스를 하려고 안달이고, 베트남 출신 남성과는 뜨거운 하룻밤을 보낸다.
‘파니 핑크’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을 연출한 도리스 되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전작들처럼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유쾌하게 그려내는 솜씨가 여전하다. 장마철, 우울하고 스산한 마음을 베이비파우더처럼 보송보송하게 만들어 줄 영화가 그립다면 선택할 만하다. 15세 이상.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