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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닛 "서른에 첫 앨범, 그래도 난 행복하다"

입력 | 2011-07-12 11:16:48


일리닛(ILLINIT)이라는 이름은 힙합음악에 웬만한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한번쯤은 접해본,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작곡자로, 피처링 래퍼로 혹은 게스트로 수많은 힙합가수의 음반과 공연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2001년 MC스나이퍼를 시작으로 여러 역할로 다른 가수들의 음반에 참여한 일리닛(본명 최재연·29)이 언더그라운드 생활 10년 만에 첫 앨범 ‘트리플 아이’(Triple I)를 최근 발표했다.

앨범 제목 ‘트리플 아이’는 한국에서 ‘최재연’이란 이름으로 태어나 청소년기를 ‘제이’(Jay)란 이름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보내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일리닛’이란 이름으로 음악을 시작하게 되면서 생겨버린 ‘3개의 자아’를 의미한다.

“4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중학교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는 미국에서, 대학은 다시 한국에서 다니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느꼈죠. 우연히 접한 힙합은 적응에 늘 힘들어하던 나의 구원자였어요. 최재연은 착한 아들·착한 학생, 제이는 캘리포니아의 노는 아이, 일리닛은 최재연과 제이가 힙합으로 합쳐진 것이죠.”

2001년 현 소속사 대표이자 “자상한 형님”인 MC스나이퍼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힙합음악을 시작했고, 2008년 경희대 경영학과를 졸업하면서 정식으로 전속계약을 맺고 음반을 준비해왔다. ‘일리닛’은 ‘좋다’는 의미의 영미권 속어. 일리닛은 ‘트리플 아이’에서 3개의 자아들이 만들어낸 삶을 그대로 녹여냈다.

“3개의 자아를 솔직하게 표현하다보니 다양한 스타일이 담겨 있어요. 공격적이면서 차분하고, 서정적이면서도 날카롭고. 다양한 느낌을 얻을 수 있는 음반이에요.”

자신의 지난 12년의 이야기를 수록곡들에 풀어낸 일리닛은 ‘트리플 아이’를 스토리가 있는 한 편의 영화처럼 만들기 위해 트랙 리스트를 기승전결이 있도록 꾸몄다. 타이틀곡은 화요비가 피처링한 ‘로스트’로, 옛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받고 겪은 감정의 변화를 표현한 노래다. ‘술서울’ ‘아날로그 걸’ ‘러브 앤 해이트’ 등에도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식 나이로 서른에 비로소 첫 앨범을 냈지만 일리닛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미국에서 함께 힙합하던 친구는 지금 뉴욕 월가에서 연봉 1억 원을 받고 있어요. 부모님은 이런 것을 원하시겠지만 그 친구는 내게 ‘부럽다, 음악을 계속하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면서 내 앨범을 듣고 눈물이 났다는 말을 듣고 뭉클했어요. ‘왜 좋은 스펙을 쌓고도 외국계 회사에 가지 않고, 홍대 지하에서 마이크 들고 랩을 하느냐’고 하던 대학 친구들도 지금은 꿈을 잃고 그저 사회인으로 살아간다며 푸념하고 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는 것, 너무 행복한 일입니다.”

스포츠동아 김원겸 기자(트위터@ziodadi)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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