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기 한국씨티은행 PB사업그룹 본부장
금융권에는 부자가 되길 원하는 사람의 투자를 돕는 전문가로 프라이빗뱅커(PB)가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누가 제대로 된 PB인지 구별하기가 어렵다. 저마다 화술이 뛰어난 데다 각기 좋다는 상품을 권한다. 좋은 PB를 가려내는 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돈을 따라가는 PB가 아닌 세상에 대한 눈을 가진 사람을 찾아야 한다. 수익을 좇는 PB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 시장은 세상의 무수한 변수가 작용하며 움직인다. 그런 흐름을 읽을 줄 아는 PB가 결국 성공적인 투자를 이끌 수 있다.
또 어려운 시기를 겪은 PB를 만나야 한다. 투자의 세계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큰 위기를 겪으면서 PB도 성장한다. 온실 속 화초처럼 커온 PB나 경험이 적은 PB는 위기에 대응할 눈과 능력이 부족하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능력을 가진 PB를 만나야 한다. 많은 투자 방법 중 한 가지에 능통한 전문가를 만난다면 그 방법이 옳지 않은 시기에 손실을 볼뿐더러 다른 기회를 잃게 된다. 주식이나 채권, 외환, 부동산까지 두루 상의할 수 있는 능력과 경험을 가진 PB를 만나야 올바른 투자 조언을 얻을 수 있다.
한국의 PB들은 솔직히 말해 제대로 검증됐다고 볼 수 없다. 회사가 조직의 니즈에 따라 임명하는 때가 많다. 여러 소소한 자격증 시험이 있지만 고객 투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거나 변별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자격증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요즘 PB 시장은 금융회사 수요가 늘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PB는 돈을 좇아 회사를 옮기고 회사들은 PB를 뺏고 뺏기는 실정이다. 고객정보를 두고 금융회사 간 소송까지 벌어지고 있는 한심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해를 보는 것은 고객일 수밖에 없다.
정복기 한국씨티은행 PB사업그룹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