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베를린, 실패한 오사카… 관중수가 성패 판가름냈다

12번 대회를 치른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축구 월드컵과 올림픽에 이어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힌다. 그만큼 지구촌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무덥고 비가 많이 왔던 2005년 헬싱키 대회(34만5000명)를 제외하면 1983년 제1회 헬싱키 대회부터 유럽에서 열린 9차례의 대회에는 매번 총 50만 명 이상, 하루 평균 5만 명이 넘는 관중이 몰렸다. 그만큼 육상은 인기 스포츠다. 달리고 뛰고 던지며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모습에 팬들은 열광한다.
세계 최고의 이벤트이다 보니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대회 성공의 제일 중요한 요건으로 관중 수를 꼽는다. TV 중계로 지구촌에서 총인원 약 80억 명(베를린 대회)이 시청하고 있지만 스탠드를 꽉 채우고 선수들의 몸짓과 하나가 돼 열광하는 팬이 있어야 육상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스포츠 마케팅으로 주요 스폰서를 확보하는 데도 현장 팬들의 반응은 아주 중요하다. IAAF가 세계선수권 개최지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도 팬들의 반응이다. 다음 달 개막하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성공하기 위해서 관중이 아주 중요한 요소인 셈이다.
일본은 1991년 도쿄 대회는 표를 58만 석이나 팔았지만 오사카 대회 때는 총 25만9000석(하루 평균 2만8700석)밖에 팔지 못했다. 판매율은 49.06%에 그쳤다. 무더위 탓에 경기는 오후 7시에 열려 밤 12시 가까이 돼서야 끝났다. 관중은 부채질하느라 바빴다.
단거리(100m, 200m, 400m계주) 3관왕인 미국의 타이슨 게이와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간판 옐레나 이신바예바 등 스타들이 왔지만 스탠드는 썰렁했다. 오사카 대회에선 세계기록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일본은 여자마라톤에서 겨우 동메달 1개를 건져 36위에 그쳤다. 결국 ‘무더위, 기록 부진, 자국선수 졸전’의 세 가지 악재가 대회 실패를 불렀다.
대구도 무덥다. 지난해 8월 27일부터 9월 4일까지 최고 섭씨 33도, 습도 70.3%를 기록했다. 2007년 8월 오사카의 날씨에 버금간다. 한국의 육상 수준은 세계는 물론이고 일본에도 못 미친다. 믿을 건 오직 국민의 관심과 열정뿐이다.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