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논의한다며 호텔서 부부동반 만찬…
자양강장제 2병값 5000원까지 연구비 청구

국토해양부 연찬회 파동 등으로 감사원이 대대적인 공직기강 감사를 준비하고 있지만 국회는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 사용에 관한 한 여전히 감시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가 12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국회 사무처로부터 제출받은 ‘2010년도 국회 의원연구단체 예산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적지 않은 의원연구단체가 ‘연구’를 핑계로 친목 도모나 심지어 개인 용도로 예산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연구단체는 국회의원들의 의정 및 입법 활동 제고를 위해 국회의원연구단체지원규정에 따라 1994년부터 관련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현재 62개 단체가 있으며 지난 한 해만 11억8000여만 원의 예산을 썼다.
▼ 호주 멜버른서 쓴 31만원 등 용처불명 돈까지 세금서 받아가 ▼
‘국회금융정책연구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지난해 12월 16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교통연수원에서 ‘개정된 금융법규에 따른 보험설계사제도 개선방향’이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개최했다며 125만2000원을 사무처에 청구해 전액 돌려받았다. 그러나 이들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송파구가 아닌 여의도 63빌딩 내 뷔페식당과 국회 앞 고급 중식당에서 이 금액만큼의 식사를 했다.
‘아시아문화·경제포럼’이 124만 원의 비용을 청구한 ‘엥흐바야르 전 몽골대통령 초청 오찬간담회’(지난해 3월)처럼 명분 있는 행사인 경우도 있었으나 ‘기후변화에너지대책연구회’처럼 전문가 간담회를 연다며 서울플라자호텔 중식당에서 10명이 140여만 원어치의 ‘럭셔리 만찬’을 즐긴 뒤 나중에 돈을 받아가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단체는 정체불명의 비용을 청구하기도 했다.
‘해외동포무역경제포럼’은 지난해 4월 ‘포럼세미나 및 간담회’ 비용이라며 167만8000원을 청구해 환급받았다. 그러나 이 단체가 제출한 자료에는 여의도 내 고급 중식당, 참치횟집 등에서 식사한 비용이 청구되어 있었다. 특히 호주 멜버른에서 사용한 270호주달러(약 31만 원)어치의 영수증도 첨부되어 있어 의원들이 외유 시 사용한 돈을 ‘연구비’라며 세금으로 받아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일부 단체가 여전히 연구보다는 친목을 도모하는 데 세금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매년 단체에 주의를 당부하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