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선친이 50년전 기부한 땅 다시 사야하다니”

재측량 결과 선산 포함… 값 수십배 올라 후손 허탈

“원래 우리 땅을 다시 돈 주고 사야 하다니….”

경기 성남시에 사는 백모 씨(66)는 4월경 전북도교육청으로부터 “전북 익산시 춘포면에 있는 백 씨 소유의 선산이 춘포중학교 용지 430m²(약 130평)를 점유하고 있다”는 통보를 받고 당황했다. 이 땅은 1962년 백 씨 아버지가 도교육청에 기부한 땅. 당시 백 씨 아버지는 춘포중 전체 용지 2만 m² 중 4500m²(약 1300평)를 지역 교육을 위해 기부했으며 도교육청이 점유했다고 통보한 땅에는 백 씨 할머니 묘소가 있다.

도교육청은 최근 유아교육진흥원을 짓기 위해 용지 측량을 하던 중 이 같은 점유 사실을 발견했다. 도교육청은 땅을 기부할 당시 측량기술 등에 문제가 있어 실제와 차이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법대로라면 백 씨는 묘소를 이장하던지 아니면 도교육청으로부터 땅을 다시 사야 하는 상황. 백 씨는 “이제 와서 공짜로 땅을 반환해 달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대로 내려오던 선산을 다시 사야 하니 마음이 편치는 않다”며 “교육청이 선친의 기부를 인정해 50년 전 가격으로 넘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익산시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해당 용지는 50여 년 전 3.3m²(1평)당 1만 원 이하였으나 현재는 평당 10만∼25만 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안타깝지만 나라 땅을 임의로 무상으로 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