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품대회 이것이 다르다
유로스포츠TV 세바스티앵 티베르트 기자는 12일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주경기장인 대구스타디움을 보고 이렇게 외쳤다. 그는 이틀간 일정으로 세계육상대회 준비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카메라기자와 통역자 등과 함께 대구를 찾았다. 유럽권에서 스포츠전문채널로 널리 알려진 유로스포츠TV는 프랑스에 본사를 두고 있다. 그는 파란색의 몬도트랙(Mondo Track)이 깔린 경기장을 둘러보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스타디움 뒤편 대덕산(해발 599m)과 어우러진 경기장 풍경을 본 뒤에는 “세계 10대 경기장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쾌적한 환경과 최신식 시설이 설치된 대회 선수촌을 둘러보면서는 연방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의 목표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역대 최고의 명품대회로 치르는 것이다. 대구스타디움, 선수촌 등 대회 시설에는 첨단 기술을 동원했다. 조명 트랙 전광판 음향시설 등은 그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 전광판은 화면을 6개로 분할할 수 있는 초대형으로 교체했으며, 주전광판(24m×9m)과 보조전광판(17m×9m)은 기존보다 1.5배나 커졌다. 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관중석 어디에서나 명장면을 볼 수 있다.
경기장에 깔린 몬도트랙은 반발 탄성이 좋아서 ‘기록제조기’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탈리아 몬도사 제품으로 아스팔트 위에 천연탄성고무를 이중으로 얹었다. 트랙 위를 뛸 때 표면에 가해지는 압력을 그대로 다시 돌려주는 만큼 선수들은 용수철을 밟고 튀어 오르는 듯한 느낌으로 달리게 된다. 이 때문에 대회에 참가하는 우사인 볼트 등 세계적인 선수들의 신기록도 무더기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역대 대회 중 처음 선보이는 선수촌은 단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예전 대회 때 선수들은 1시간 정도 떨어진 호텔을 숙소로 썼지만 대구대회 선수촌은 경기장과 승용차로 7분 거리에 있다. 특히 이곳에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정자 솟대 생태연못 등 전통시설들이 들어섰다. 은행 우체국 미용실 세탁소 등 20여 개의 편의시설과 함께 게임룸, 당구장, 기도실 등 문화시설도 갖췄다. 선수촌 인근 금호강변에는 4만1000m²(약 1만2000평) 규모의 연습장도 있다. 선수들은 육상트랙을 비롯해 축구장 테니스장 농구장 등에서 컨디션을 조절하고 여가를 보낼 수 있다. 아파트 내 무선인터넷 무료 제공은 물론이고 거실에는 영화와 음악을 감상할 때 입체음향을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 설치됐다. 특히 객실은 한국 고유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민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술작품을 비롯해 도자기, 닥종이인형, 한국 전통 연 등이 비치된다. 김영수 대회 조직위 선수촌 부장은 “세계 최고의 환경을 제공해 선수들이 최고의 몸 상태로 신기록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다짐했다.
도심에서 펼쳐지는 마라톤 코스도 관심을 모은다. 경기장이 아닌 중구 동인동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이 출발선이자 결승선. 시상식도 이곳에 있는 달구벌대종을 배경으로 열린다. 마라톤을 통해 대구 곳곳의 아름다운 경관과 자연환경이 세계에 소개되는 셈이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마라톤을 단순히 관람하고 응원하는 종목이 아니라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종목으로 승화하기 위해 코스 주변에서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다.
이번 대회 규모는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6월 21일까지 온라인 등록시스템을 통해 예비 참가신청을 받은 결과 207개 나라에서 선수 2472명, 임원 1378명 등 총 3850명이 참가의사를 밝혔다. 유엔 회원국 192개보다 많다. IAAF 회원은 212개국이다. 그동안 가장 많은 회원국이 참가했던 때는 2009년 독일 베를린대회로 202개국이 참여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