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 완화를 모색하는 한국 미국 중국의 군사안보 대화가 연쇄적으로 이뤄진다. 마이클 멀린 미국 합참의장의 뒤를 이어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오늘부터 중국을 방문하고 21일부터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27개국 외교장관이 참석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린다. 한국 미국 중국의 외교 국방 고위담당자들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만나는 것은 흔치 않다. 동북아시아의 최대 불안요인인 북한의 도발과 핵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도출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량광례(梁光烈) 중국 국방부장은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북한에 어떠한 모험도 하지 말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악화된 한반도 사태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중국의 목표라면 이번 연쇄 대화에서 북한이 도발을 포기하게 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량 장관은 자신의 발언이 진정성을 담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김관진 장관에게 북한 설득 노력을 상세히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천안함 폭침 이후 한국과 미국이 서해상에서 실시했던 연합군사훈련을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북한을 두둔해 갈등을 증폭시켰다. 그러던 중국이 이번에는 멀린 합참의장에게 전략 미사일 부대와 주력 전투기인 수호이 27을 보여주며 군사협력을 강조했다. 미국도 앞서 중국 군 지휘부에 전략 군사시설 방문을 허용했다. 미중의 화해 움직임이 의미를 가지려면 갈등의 진원지였던 북한 문제 해결로 이어져야 한다. 미중은 북한이 무력도발을 포기하고 대화 테이블로 나오도록 유도할 책임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1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사태로 불안한 정세가 조성됐지만 거기에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다”고 밝혔다. 북한과 고위접촉을 계속하고 있는 중국이 해결책을 내놓는다면 우리도 남북 긴장 해소를 위한 대화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번 한미중 군사안보 대화를 적극 활용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