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종의 북벌론에 상상력 곁들여 허생전 이후 이야기 쓰고 싶었죠”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한 소설가 오세영 씨는 조선시대 북벌을 소재로 한 소설 출간과 관련해 “사료의 부족한 부분을 스토리텔링으로 채워 기록하는 것 역시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아 제공
“이때 이완과 허생이 손을 잡고 북벌에 참여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궁금했어요. 허생은 현실상 북벌이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청에 종속돼서는 안 된다고 믿었어요. 명분과 실리의 공존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던 인물이죠. 이를 바탕으로 허생전 이후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1993년 ‘베니스의 개성상인’을 발표하면서 색다른 역사적 상상력으로 주목받은 소설가 오세영 씨(57)가 신간 ‘북벌-1659년 5월 4일의 비밀’(시아)로 돌아왔다. 1659년 5월 4일은 효종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날. 이 책은 효종과 훈련대장 이완 등으로 대표되는 북벌파, 북벌이라는 명분만 필요했던 송시열 등 서인, 소현세자를 따랐던 친청(親淸)파 등이 북벌을 둘러싸고 어떻게 힘겨루기를 했는지 치밀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북벌이 왜 미완성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면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펼친다. ‘북벌파가 옳다’ 내지 ‘친청파가 현실을 제대로 파악했다’ 등 단순히 선악의 관점은 아니다.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허구를 교묘하게 결합한 작품을 선보여온 오 씨는 “앞으로도 다른 사람이 잘 하지 않는 걸 다루겠다”고 했다. 특히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한 창작 설화에 관심이 많다. “고려시대에는 여성의 지위가 높았고, 남녀의 사랑도 자유로웠어요. 다양한 문물이 교류했고 눈이 파란 외국인들도 살았죠. 그만큼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도 많아요. ‘K팝’을 뛰어넘는 ‘K스토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