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스스로 강좌 만들고 지역사업 요청육아나눔터 등 맞춤형 공간 제공하기도
동화구연강좌 개설한 어르신들 대구 달서구 송현1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어르신들이 동화구연 연습을 하고 있다. 이들은 강좌 수료 후 어린이집, 요양원, 노인복지관 등에서 무료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노인 10여 명이 듣고 있는 것은 ‘동화구연강좌’였다. 이들은 정년을 마치고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왔다. 시작은 단순했다. 달서구예절대학에서 ‘어린이예절강사’ 자격증을 따고 유치원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아이들의 관심을 유도할 방법을 생각했던 것. 전통예절과 동화구연을 접목하면 좋겠다는 의견에 곧바로 모임을 만들었다.
주민자치센터 공간도 ‘시설사용신청서’를 쓰고 빌렸다. 김무웅 달서구 평생교육과 주무관은 “주민센터가 운영된 이래 주민들이 직접 사용신청을 낸 것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박성출 모임 회장(63·여)은 “노년에 새로운 기쁨을 얻었다”며 “앞으로 요양원, 노인복지관 등에서도 자원봉사활동을 펼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좌 내내 연기동작을 어색해 하면서도 열정적으로 따라한 청일점 김재태 씨(69)는 “손자, 손녀들을 상대로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며 “가족간의 화합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주민들이 스스로 사업을 추진한 경우도 생겼다. 북구 무태·조야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올 3월 대구시에 동하천의 낡은 잠수교를 리모델링해줄 것을 요청해 800만 원의 예산을 확보하기도 했다.
대구시도 다양한 지원책으로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제출하는 사업을 검토해 예산을 지원한다. 올해부터는 센터별 운영평가를 통해 총 2000만 원의 시상금을 연말에 지급할 계획이다. 조기암 대구시 자치행정과장은 “앞으로 주민센터 우수사례를 지역에 전파하는 등 센터가 주민들의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