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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孟子曰 子路는 人이…

입력 | 2011-07-15 03:00:00


‘公孫丑(공손추)·상’ 제8장에서 맹자는 聖賢(성현)들이 善(선)을 좋아한 사례를 들고, 德(덕)을 쌓는 사람이라면 남들도 善行을 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 장에서 거명하는 성현은 공자의 제자 子路(자로)로부터 소급하여 禹(우) 임금과 舜(순) 임금에게로 이른다. 맹자는 우선 子路에 대해 사람들이 허물이 있음을 알려주면 기뻐할 만큼 스스로를 닦음에 勇敢(용감)했다고 평가했다.

人은 ‘남’이란 말로, 보통 己(기)와 짝을 이룬다. 告之는 그에게 일러주었다는 말로, 之는 앞에 나온 子路를 가리킨다. 以는 일러준 말의 내용을 이끌어온다. 有過는 허물이 있다는 말로, 개사 以의 빈어이다. 則은 조건과 결과를 이어준다.

子路는 이름이 仲由(중유)로, 자로는 字(자)이다. 季路(계로)라고도 부른다. 공자보다 아홉 살 어렸다. 처음에 수탉 깃 갓을 쓰고 수퇘지 가죽 띠를 두른 차림으로 찾아와 공자를 업신여겼으나 공자가 禮(예)로 대하자 감동하여 제자가 되었다고 한다. ‘논어’ ‘先進(선진)’편에 보면 자로는 勇猛(용맹)을 좋아해서 음악의 음색이 殺伐(살벌)했기 때문에 공자가 그의 음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공자는 ‘由의 학문은 堂(당)에는 올랐으나 室(실)에는 들어오지 못했을 따름이다’라고 하여, 자로가 道의 精微(정미)한 곳에 이르지는 못했어도 학문이 이미 高明正大(고명정대)하다고 인정했다.

또 子路와 염有(염유)가 똑같이 ‘聞斯行諸(문사행저·좋은 말을 들으면 그대로 실천해도 좋습니까)’라고 질문하자, 공자는 자로에게는 ‘부형이 계시거늘 어떻게 듣자마자 그대로 실천하겠느냐’라 하고 염유에게는 ‘듣자마자 그대로 실천하라’고 했다. 어린 제자 公西華(공서화)가 이상하게 여기자 공자는 ‘求(구·염유)는 소극적이므로 나서게 했고 由(유·자로)는 果敢(과감)하므로 물러나게 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북송의 周敦이(주돈이)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사람들은 허물이 있으면 남이 바로잡아 줌을 기뻐하지 않아서 마치 병을 숨기고 의원을 꺼려 차라리 자기 몸을 멸망시키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 아아, 슬프다.’

자로처럼 허물을 듣기 좋아하면 훌륭하다는 명예가 무궁하겠지만 남이 허물을 지적하면 기뻐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아, 슬프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