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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스페셜]최신 기술이 다 좋은건 아니다… ‘로테크 하이콘셉트’의 매력

입력 | 2011-07-15 03:00:00

굴리는 물통 보라, ‘유용성’이 핵심




《 기술의 발전이 무조건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기술과 콘셉트가 어우러질 때 삶의 질이 높아진다. 고도로 진화한 하이테크는 사람들에게 마법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 하지만 낮은 수준의 기술(로테크·Low-tech)이 높은 수준으로 사람을 배려하는 ‘하이 콘셉트(High-concept)’와 만나면 마법 같은 경험 대신 한결 친근하고 간편하며 생활 속에 파고드는 경험을 제공한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85호(2011년 7월 15일자)는 ‘로테크 하이콘셉트’가 제공하는 다양한 가치를 여러 사례와 함께 흥미롭게 풀어냈다. 》
○ 기술에 종속된 삶

MIT 모빌리티랩과 여러 파트너가 만든 레버리지 프리덤 체어. 비포장도로가 많은 저개발국가의 환경을 고려한 휠체어로 바퀴를 굴리는 대신 손으로 레버를 밀고 당겨 앞으로 갈 수 있다. 메타트렌드미디어그룹 제공

기술의 발달이 사람의 이해를 넘어서는 순간을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 한다. 레이 커즈웨일은 이 같은 특이점이 2056년 즈음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이점을 넘어서는 순간 기술의 발달에서 인간의 역할은 사라지고 기술이 스스로 기술을 발달시키는 상태가 된다. 이미 이런 현상은 우리 주위에 가깝게 다가와 있다.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는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스마트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우리는 이미 기술을 지배적으로 사용하기보다 기술에 종속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새로운 기술에 적응할 때 즈음이면 이보다 발전된 기술이 등장하다 보니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기술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콘셉트다. 기술은 콘셉트를 구현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데도 많은 사람은 새로운 기술을 제품에 추가하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엔지니어 중심적인 시각이다. 제품의 중심에 기술을 놓음으로써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질 수 있다. 사용자 중심, 콘셉트 중심의 제품 개발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술보다 콘셉트를 중심으로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사용자에게 더욱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

○ 마이너스 디자인


차나 커피를 한결 따뜻하게 유지해 주는 커피 줄리. 금속으로 된 커피콩 모양인 줄리를 찻잔에 넣으면 별도의 전원 없이 차의 따뜻함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과도한 기술과 재료 등을 제거하는 디자인을 통해 로테크 하이콘셉트를 추구할 수 있다. 데이브&데이브의 커피 줄리는 차나 커피를 더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한 제품이다. 줄리가 다른 제품들과 다른 점은 전기나 별도의 전원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금속으로 된 커피콩 모양의 제품을 찻잔에 넣어 비열을 이용해 차를 더욱 오래 따뜻하게 유지해 준다.

로테크 하이콘셉트는 낮은 수준의 기술, 혹은 적정 기술을 활용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기술 발전에서 소외돼 왔던 저개발 국가나 아무런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은 오지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쉽게 개발할 수 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모빌리티랩과 파트너들은 비포장도로가 많은 저개발 국가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휠체어 디자인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손으로 바퀴를 직접 굴리기 힘든 환경을 고려해 손으로 레버를 밀고 당겨 앞으로 갈 수 있게 만들어졌다. 바퀴와 구동부 등 대부분의 부품은 자전거 부품을 재활용했기 때문에 제작과 유지 보수가 매우 쉽다. 휠체어가 있어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레버리지 프리덤 체어는 새로운 자유를 주는 발이 된다.

○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기술


Q드럼을 이용해 물을 운송하고 있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모습. Q드럼은 가운데가 빈 드럼통 형태의 물통으로 가운데 구멍에 줄을 연결해 굴릴 수 있어 물통을 들고 오가는 수고를 줄인다.

지금도 아프리카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깨끗한 물을 구하기 어려워 각종 수인성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마실 물을 구하려고 수십 km를 움직여야 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Q드럼은 생명을 유지하게 하는 중요한 기술이다. 빈 드럼통 형태의 Q드럼은 가운데 구멍에 줄을 연결해 굴릴 수 있기 때문에 물통을 들고 오가는 수고를 크게 덜어준다. Q드럼은 케냐와 나미비아, 에티오피아, 르완다,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의 저개발 국가에 널리 보급되어 있다. 어린아이들도 Q드럼을 활용해 50L짜리 물통을 혼자서 움직일 수 있다. Q드럼은 로테크 하이콘셉트가 인류에게 어떤 혜택을 주는지를 잘 보여준다.

별다른 운송수단이 없는 오지에서 쉽고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저밀도 폴리에틸렌 수지로 만들어진 Q드럼은 고액 투자가 필요 없고, 에너지 사용이 적으며, 누구나 쉽게 배워 쓸 수 있고, 현지 원재료를 씀으로써 로테크 하이콘셉트의 가치를 증명했다. 로테크 하이콘셉트는 기술과 휴머니즘의 중간에서 서로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기업들이 하이테크에만 집착하면 안 된다. 이제는 과거의 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지가 더 중요한 시대다. 로테크 하이콘셉트는 여러모로 친환경과 맥을 같이한다. 자급자족, 저에너지 소비, 재활용 같은 키워드에도 잘 어울린다. 새로운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투자하는 비용과 노력을 아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이전 세대의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 바로 로테크 하이콘셉트의 가치다.

신동윤 메타트렌드미디어그룹 수석연구원 dyshin@metatrendmedia.com@@@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85호(2011년 7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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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성과 높이는 뇌과학

▼ Harvard Business Review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들을 치료해온 소아정신과 의사가 직장인들의 성과 향상법을 제시했다. 뇌 과학을 통해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분석한 필자는 수월성 주기(Cycle of Excellence)를 활용해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방법은 자신에게 적합한 업무를 정하고, 동료와 연대하며, 문제를 놀이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도전 과제와 싸우며 성장하면서, 자신의 성과를 인정받고 능력을 빛내는 5단계로 구성돼있다. 자신과 직장의 업무 궁합을 알아보는 팁도 소개했다.

‘넛지’ 저자 탈러 교수 인터뷰

▼ Mckinsey Quarterly


세계적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 리처드 탈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와의 인터뷰를 맥킨지 쿼털리 코너에서 만날 수 있다. 탈러 교수는 지난해 영국 정부가 세운 ‘넛지 유닛’의 자문에 응하고 있다. 넛지 유닛은 시민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지원함으로써 공공복지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탈러 교수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방해하는 전략은 장기적으로 기업에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넛지 유닛이 창립 초기에 장기 기증률을 높이고 정부와 기업이 개인들과 공유하는 정보의 양을 늘리고자 기울인 몇 가지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