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골퍼와 5600만원씩 배상” 판결
“들어가기 전에 스윙 연습 한 번씩 하자.”
2009년 8월 대구 달성군 N골프장. 친구들과 함께 티샷 시간을 기다리던 권모 씨(29)는 ‘몸 풀기용’ 스윙을 하기 위해 골프채를 잡았다. 나이스 샷을 기대하며 힘껏 백스윙을 한 순간 ‘악’ 하는 비명소리가 머리 뒤쪽에서 들렸다. 골프채는 엉뚱하게도 이들을 안내하기 위해 밝은 표정으로 스윙을 지켜보던 캐디(경기보조원) K 씨의 오른쪽 눈을 정확하게 때려버렸다. 캐디 K 씨는 곧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나 시력을 잃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대구지법 제15민사부는 14일 “골프채를 휘두른 권 씨와 N골프장 경영주는 각각 56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권 씨는 연습스윙을 하면서 주변을 살펴야 할 의무를 게을리 한 만큼 당연히 손해 배상 책임이 있다”며 “골프장 운영자도 캐디가 다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는 보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배상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도 고객이 함부로 연습스윙을 하지 못하도록 안내하는 등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도 이를 소홀히 한 책임이 인정돼 피고들의 책임은 6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민사소송과 별도로 중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돼 형사재판을 받은 권 씨는 지난해 2월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