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만 깐 林道구간 폭삭… 명백한 인재”
이번 산사태는 2007년 마을 뒤편 신곡산 정상 부근에 만든 임도(林道) 바로 밑에 있는 지반이 유실되면서 시작됐다. 지반 유실은 관리 당국이 산에 길을 낸 뒤 산사태 대비를 소홀히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2일 이 지역에 현장 탐방을 나온 서울시립대 이수곤 교수(사진)는 임도 바로 밑 부분이 폭탄을 맞은 듯 깊게 팬 부분을 가리키며 “이번 참사는 도로 시공을 잘못해 생긴 명백한 ‘인재’”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학회 공동 산사태 기술위원회 한국대표로 산사태 문제의 권위자다.
이 교수에 따르면 전체 380m 임도 구간 중 이번에 지반이 유실된 5곳은 시멘트 포장 대신 자갈만 깔았다. 산을 깎아 만든 길에 콘크리트를 덮지 않고 자갈만 깔 경우 폭우가 내리면 빗물이 모두 임도 아래로 흡수돼 땅 밑에 있는 흙의 점성을 약화시킨다는 것. 이런 상태에서 폭우가 계속되면 지반 유실로 이어져 산사태가 발생하기 쉽다는 지적이다. 도로 공사를 주관한 밀양시청은 산사태 방지를 위해 약 70cm 두께의 석축을 설치했지만 빗물로 약해진 지반을 지탱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이 교수는 “임도와 절개지 사이의 배수로를 잘 갖춰놓았더라면 빗물이 여러 곳으로 분산돼 산사태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밀양시는 임도 일부 구간을 비포장도로로 만든 이유에 대해 “일반 도로의 경우 100m당 수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임도는 1km에 1억 원을 약간 넘는 정도의 예산만 주어진다”며 “공사비를 아껴야 하다 보니 경사지 등 포장이 필수적인 곳이 아닌 평지는 자갈 포장만 했다”고 말했다. 밀양시는 사고 발생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소방방재청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밀양=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