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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원종태]산림의 공익가치는 공짜가 아니다

입력 | 2011-07-15 03:00:00


원종태 여주군산림조합장

녹색 바람을 타고 숲은 쾌적한 환경의 보고로 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다. 현대인의 휴식처, 동식물의 보고, 문화의 산실, 치유의 장으로, 나아가 지구 온난화로부터 인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로 산림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온난화에 위기의식을 느낀 선진국들은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시원한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다만 숲과 나무를 가꿔 자연을 살리고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숲에 희망을 걸고 있는 셈이다.

산림과학원은 날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산림의 가치 중 공익가치 산정에 나섰다. 한국 산림이 창출하는 공익가치는 2008년 기준 연간 73조1799억 원으로 국민 1인당 151만 원의 가치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흙탕물이 범람하던 민둥산에 나무를 심으려고 등에 지고 머리에 이고 조림해 가꾼 지 50년. 소나무에 붙은 송충이를 손으로 잡아 깡통에 담고 산불과 자연재해로 사라질세라 애지중지 기른 나무들, 정부와 산림조합을 믿고 묵묵히 일해온 산주와 지역 주민들의 땀과 정성이 간직된 곳이 오늘의 산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산림정책에 문제가 있다. 산림은 연간 73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공익가치를 창출하지만 정부는 이를 공짜로 누리고 있다. 산주는 울창한 숲을 위해 땀 흘려 일하고도 아무런 소득이 없다. ‘토사구팽’이라는 말처럼 국토 녹화가 끝난 지금, 그 주역인 산림조합과 산주는 버림 받고 있는 것이다.

빼어난 숲은 국립공원으로, 경제성 있는 숲은 보호구역으로, 이런저런 구실로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묶고 규제하면서 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산주는 이렇다 할 소득도 없이 정부에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있다. 정부는 산주를 수탈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제 숲이 주는 공익가치가 공짜라는 생각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아름답고 울창한 숲과 73조 원에 달하는 공익가치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임업인의 피와 땀, 눈물이 배어 있다. 국가는 산을 제대로 가꾼 산주에게 세금 감면을 넘어 공익가치 창출액의 100분의 1이라도 되돌려주어야 한다. 그동안 외면해온 산주와 임업인의 노력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타당한 정책을 수립해야 산림이 더욱 가치 있게 가꾸어지고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는 열쇠를 얻게 될 것이다.

원종태 여주군산림조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