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美 정치권과 경쟁사 협공에다 FBI 수사에도 직면본인은 "위기극복 할 것"이라며 태연
세계 언론계를 쥐락펴락 해온 `미디어 제왕' 루퍼트 머독(80)이 '사면초가'의 처지에 놓였다.
머독은 미국과 영국에서 각각 최대 영향력을 자랑하는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더 타임스, 뉴욕 포스트와 미국 방송뉴스의 최강자인 폭스뉴스와 스타 TV등을 소유한 뉴스 코퍼레이션(뉴스코프)의 대표.
늘 여론 독과점 논란에 시달리면서도 전 세계 미디어 산업에서 차지하는 머독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머독이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각) 도마뱀 꼬리 자르듯 뉴스오브더월드를 폐간한 이후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확대일로를 걷고 있는 것이다.
킹 스캔들이 확산하면서 여론에 밀린 머독은 '다 잡은 고기'였던 영국 위성방송 스카이(BSkyB) 인수를 포기하면서 1차 타격을 입었지만 시련은 거기서 끝날 것 같지 않다.
영국과 미국에서 뉴스코프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추진되면서 의회와 수사기관에 불려 다닐지 모르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공보 책임자(앤디 쿨슨)가 이번 사건 핵심 인사로 부상하면서 궁지에 몰린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국정조사를 지시한 가운데, 영국 하원 문화미디어스포츠위원회는 머독과 그의 아들 제임스, 전 뉴스오브더월드 편집장 레베카 브룩스에게 오는 19일 출두하도록 요청한 상태다.
미국 상원 상무위원회의 제이 록펠러 위원장은 지난 12일 머독 소유 법인에 의한 해킹 여부를 조사하라고 관계 당국에 촉구하면서 "뉴스코프의 전화 해킹이 9·11테러 희생자 등 미국인에게도 있었을지 우려스럽다"면서 "해킹이 실제로 있었다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로버트 메넨데즈(민주.뉴저지) 상원의원 등이 13일 에릭 홀더 법무장관에게 9·11테러 희생자 가족들이 도청 사건의 피해자가 된 것은 아닌지 조사하라고 촉구한 데 이어 다음날 급기야 연방수사국(FBI)이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제1선 저격수 역할을 해온 케이블 뉴스채널 '폭스뉴스'가 머독 제국의 일원이라는 점 때문인지 미국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기다렸다는 듯 '머독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심상치 않다.
또 머독 제국의 압도적 영향력에 숨죽이고 있던 경쟁 매체들도 들고 일어나는 분위기다.
여기에 더해 뉴스오브월드 뿐 아니라 뉴스코프의 다른 언론사도 불법행위에 연루됐을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뉴스코프 산하의 선데이타임스가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의 금융 및 재산 정보, 장애인 아들의 지병과 관련한 의료 기록 등을 빼낸 것으로 의심된다는 보도가 나오자 브라운은 선데이타임스와 더 선(The Sun) 등 머독 소유 여러 신문과 범죄자들 간의 연계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번 사태로 인해 머독이 법정이나 의회 청문회의 증인석에 서게 될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전 세계 여론을 주무르며 '견제 받지 않는 권력'으로 자리해온 그의 도덕적 권위에 큰 생채기가 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당사자인 머독은 뉴스코프 자회사인 WSJ 15일자와의 인터뷰에서 "극복 못 할만한 위기가 아니다"라며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