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 제지 않고 “나 몰라라”
15일 밤 서울 종로구의 한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 흡연실에서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하고 있다(위). 같은 지역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 흡연실에 놓여 있는 청소년 흡연 경고판(작은 사진).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14일 오후 10시경 학원들이 밀집해있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 노원역 인근의 한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흡연실. 앳돼 보이는 남녀 서너 명이 담배를 피우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야기는 담임선생님과 학원 선생님에 대한 비교, 수업 내용, 옆 반 남녀학생들에 대한 내용. 기자가 “고등학생인 것 같은데 담배를 피워도 되느냐”고 묻자 이들은 어처구니없게도 “고등학생은 담배 피우면 안 된다는 법이 있느냐”고 험악하게 되물었다.
과거 당구장, PC방 등에서 보이던 ‘청소년 흡연구’가 이제는 세태가 달라지면서 프랜차이즈 커피숍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부분 외국계인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는 흡연실을 별도로 두고 있는 곳이 많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워도 이를 제지하는 직원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 흡연실에서 만난 김모 군(17)은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면 어른들 눈치가 보이지만 여기서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편하게 담배를 피우며 공부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원 A 씨는 “교복을 입지 않으면 외모상으로 중고교생인지 대학생인지 가늠하기 힘들어 제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흡연실에 ‘미성년자 출입금지’ 등 경고문을 붙여놓은 곳도 거의 없었다. 14, 15일 서울시내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 중 흡연실이 있는 곳 30곳을 확인한 결과 ‘미성년자 출입금지’라는 경고문이 붙어있는 곳은 불과 5, 6곳에 그쳤다. 그나마 경고문만 붙였을 뿐 실제 청소년인지 아닌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청소년 흡연을 방치하는 점주나 본사 등을 처벌할 법조항도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는 흡연실 규모 등 흡연실 설치와 관련한 전반적인 조항만 있을 뿐 흡연실 사용 주체나 점주 등의 처벌, 경고문 의무 부착 등에 관련된 조항은 없다. 청소년보호법 역시 청소년 대상 담배 판매 금지 조항만 있다. 보건복지부는 “청소년의 흡연실 출입 금지 등에 대해서는 다음 법 개정 때나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흡연에 악용될 수 있는 장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흡연율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김은지 사무총장은 “국민건강증진법을 재개정해 청소년의 흡연실 출입을 금지하는 조항을 추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하지만 법 개정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이전까지라도 커피숍들이 자체적으로 청소년의 흡연실 출입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이재호 인턴기자 고려대 보건행정학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