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회적 책임 잊지 말아야” vs “동반성장 제도화땐 부작용” 신경전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와 경제5단체장들이 15일 국회 한나라당 대표실에서 간담회를 시작하기 전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 유승민 최고위원, 홍 대표, 허창수 전경련 회장,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사공일 무역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이희범 경총 회장.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경제5단체장을 국회로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홍 대표가 먼저 경제5단체에 “기업활동의 자유는 충분히 보장돼야 하나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위기를 넘기면서 정부와 여당은 대기업 프렌들리 정책을 펴왔고 그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탈출했다”면서 “이제는 경제성장의 성과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서민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의 포퓰리즘 공약을 비판했던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경제계도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 관행을 조속히 정착시키고 동반성장을 통해 사회 각 부분의 양극화가 해소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가장 이해가 엇갈린 부분은 상급노동단체에 파견되는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원이었다. 홍 대표는 “대승적 차원에서 경제단체가 이 문제를 해결해 지급하는 게 좋겠다”고 주문했다. 전날 방문한 한국노총에서 강력한 요청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임금 지원은 노조전임자와 복수노조 제도를 정착시키는 데 노조 측이 협조한다는 전제로 합의한 것”이라며 부정적인 뜻을 나타냈다. 이에 홍 대표는 “몇 푼 들지도 않는데 과감히 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참석자들은 전했다. 단체장들은 “기다려 달라.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또 홍 대표는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의 일환으로 서민층 자녀를 위해 장학금을 조성하는 데 지원을 요청했고 경제단체 측은 “상의해 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도 양측 모두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발언들이 오갔다. 사공일 무역협회장은 “대학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하고 전문계 고교 졸업생을 우선 채용해 불필요한 고학력 인플레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당에서 “기업이 채용 및 승진에서 학력 차별을 없애 달라”고 주문하자 재계는 “학력 차별 금지는 교육 개혁으로 풀 일이 아니냐”고 맞섰다.
재계는 정부 여당이 감세 기조를 유지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법인세율을 예정대로 인하해 조세경쟁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이 ‘MB노믹스’와 감세 기조를 버린 것이 아니다”면서 “최고세율구간에 대해서만 유예해 달라는 것”이라고 설득했다. 유승민 최고위원도 “당론으로 결정해 번복하기 어렵다”면서도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와 고용창출투자세액제도 등 법인세 추가 감세 철회에 따른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