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도 민정수석처럼 대통령의 참모”
청와대는 법무장관도 민정수석과 다름없는 ‘대통령의 참모’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아예 장관을 세크러터리(Secretary·비서)로 표기한다고 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도 “감사원장이나 검찰총장처럼 독립적인 수사 및 감사기능을 하는 곳이 아닌 법무행정을 펴는 법무장관은 문제될 게 없다”며 지원사격을 했다. 선거 주무 장관인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무수석 출신이라는 점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특히 현 민주당의 집권 시절 박상천 의원(1998년 3월∼1999년 5월)과 천정배 의원(2005년 6월∼2006년 7월)이 현역 의원 신분으로 법무장관에 취임한 전례도 제시했다. 홍 대표도 “이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국방장관과 법무장관은 현역 의원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며 ‘야권과의 차별화’ 전략을 지원사격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권재진-한상대 인선안을 홍 대표에게 처음 전한 것은 9일이었다. 홍 대표는 13일 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법무장관의 경우) 다른 대안 후보들을 찾았지만 그 정도 경륜을 갖춘 이들은 검찰을 떠나 로펌에서 거액을 벌어 ‘전관예우’ 논란을 부른다”는 취지의 설명을 재차 들었다고 한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홍 대표도 권 수석의 장관행에 100% 동의는 하지 않았지만 대안이 없다는 설명을 들은 후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 靑 “이정도 인물 못쓰면 식물대통령”… 논리-예우 갖춰 관철 ▼
전-현 법무장관 될까?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권재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왼쪽)과 곧 떠날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5월 31일 국무회의에 앞서 웃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청와대는 한 후보자에 대해선 “김대업을 구속시켜 노무현 정부 내내 한직을 돌며 고생한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여당을 다독였다.
청와대는 한 후보자의 병역 면제에 대해 “대학 시절 미식축구를 하다가 허리가 부러져 16주 동안 입원했다”며 문제될 게 없다고 판단했다.
또 “1982년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때 ‘사망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쓴 각서도 병원을 통해 확보했다”고 여권 관계자는 전했다.
이번 인선은 집권 4, 5년차에 검찰의 수사권과 수사정보가 정권에 부담을 줄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청와대는 검찰의 칼끝이 여권 핵심부를 겨누는 ‘임기 말 현상’이 되풀이되거나 공직비리 첩보가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가는 ‘검찰의 줄서기’도 피하고 싶은 것이다.
지난해 8월 임기를 7개월 남겨 놓은 강희락 경찰청장을 조현오 청장으로 전격 교체한 것도 ‘줄서기 예방’ 차원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여권 관계자는 “조 청장의 임기가 2012년 8월까지 보장되는 만큼 ‘경찰 간부의 줄서기’ 시간이 4개월로 줄어든다는 점도 교체의 배경이 된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는 사정라인의 한 축인 후임 민정수석에는 ‘커리어 검찰’과 검찰 경험이 없는 민간인 그룹을 후보로 놓고 검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민정수석 인선까지 끝나면 법무장관-검찰총장-민정수석의 삼자 관계가 그동안 청와대 중심에서 법무장관 중심으로 바뀔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