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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편들고 南 깎아내리는 위키피디아

입력 | 2011-07-16 03:00:00

“김일성, 박정희 때문에 핵개발… 김정일, 개방정책 추진”




“(김일성은 1972년) 국가주석 취임 직후 평화통일론을 다시 선언하고, 남한의 대통령 박정희에게 박성철 등을 사절로 파송하였다. 그의 평화통일 제안을 전면 거부하던 이승만, 장면, 윤보선 등과는 달리 박정희가 협상 제안을 일부 수용함에 따라 매년 판문점에서 남북고위급 회담 및 이산가족 상봉을 허용하였다.”(위키피디아 김일성 편)

인터넷 사용자들이 만드는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 한국어판의 북한 관련 항목에서 공정성과 정확성에 문제가 있는 내용이 상당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연구모임인 청년지식인포럼 Story K와 세종연구소 오경섭 연구위원, 김용훈 데일리NK 기자가 올해 5∼6월 기준으로 북한 관련 문서 72개를 분석한 결과다. 동아일보가 위키피디아 내의 오류를 지적한 후에도 여전히 문제점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2010년 11월 18일자 A5면 공정성-정확성 결여 논란 ‘한국어판 위키피디아’…

○ 북한 관련 항목 오류-왜곡 투성이

연구팀에 따르면 북한 측의 일방적 주장이 사실인 것처럼 기술된 부분이 많았다. 김일성 주석이 평화통일 제안을 했다는 내용도 북한이 꾸준히 남북대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한국이 이를 거부하다가 마지못해 받아들인 것처럼 묘사돼 있다. 김 주석의 제안을 박정희 대통령이 받아들여 이산가족 상봉이 처음 이뤄졌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이산가족 상봉이 처음 이뤄진 것은 전두환 대통령 시절인 1985년이다.  
▼ 못믿을 ‘집단지성’… 北 일방주장 그대로 옮겨 ▼
본보 보도 후 일부 수정


“1960년대 말부터 추진하던 박정희의 핵개발에 자극받은 김일성이 군비를 증강, 핵미사일 개발 사업을 추진했다”는 부분도 명백한 오류다. 1960년대에 박 대통령이 핵개발을 추진했다는 어떤 근거도 없고, 북한의 군비 증강 원인이 남측에 있는 것처럼 기술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정일’ 항목에서도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자연재해와 사회주의권 나라들의 붕괴, 서방세력의 경제봉쇄 등으로 최악의 경제난 및 식량난을 겪었다”고 돼 있지만 북한 정권의 잘못된 경제정책에 대한 언급은 없다. 또 “1990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1992년 구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를 목격한 그는 개방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돼 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근거 없고 부정확한 내용

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에 대해선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자 황장엽을 비롯한 일부 고관대작들이 김정일에게 정면도전을 했다. 결과적으로 황장엽은 진압당했으며 김정일이 숙청하려 했으나 황장엽은 이미 미국으로 도망쳤다”고 쓰여 있다. 이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며 황 전 비서는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망명했다.

북한이 원래 모병제였으나 2003년 대기근 이후 병역자원이 모자라자 징병제로 전환했다는 것처럼 아예 ‘팩트’가 틀린 부분도 많다. 인민군은 원래부터 징병제였다.

Story K 이종철 대표는 “북한 관련 주제어의 내용이 상당히 빈약하고, 관련 내용의 출처가 총련 등 친북 단체여서 편향성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 19일 ‘개선 방향’ 토론회 예정

본보 보도 이후 일부 문제 항목은 수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누리꾼과 시민단체가 직접 내용을 고쳤기 때문이다.

‘김일성은 한국의 독립운동가…’라는 대목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고쳤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광복 직후 한반도의 첫 근대국가이자 최초의 통일국가’라는 대목도 삭제됐다. 한편 1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Story K 주최로 위키피디아 편집자도 참가한 가운데 ‘한국어 위키피디아의 현황 및 개선 방향’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