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감독이 보는 ‘불편한 진실’
역전 성공 25경기…2위와 8경기 차
팀 내 최다 10승은 ‘셋업맨’ 안지만
원인은 선발 부진…단기전에선 약점
삼성 류중일 감독은 17일 대구 KIA전을 앞두고 “완전히 군산상고 됐네. 역전의 명수”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전날 경기 1회초 선발 카도쿠라의 난조로 KIA에 먼저 3점을 내주고도 2회부터 일찌감치 불펜을 가동한 끝에 짜릿한 4-3 역전승을 거뒀지만 썩 유쾌한 표정은 아니었다. 16일까지 먼저 점수를 빼앗긴 뒤 역전에 성공한 경기가 25게임이나 되는 만큼 ‘끈질긴 팀컬러를 확인했다’며 흐뭇해할 법도 했지만 류 감독은 오히려 “그만큼 선발진이 약하다는 얘기 아니냐”고 반문하며 역전승의 이면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에 주목했다.
○삼성의 경이적인 역전승·패 횟수
삼성은 16일까지 선취점을 기준으로 한 역전승 횟수가 25승(13패)으로 8개 구단 중 가장 많다. 2위는 18승(17패)의 한화, 3위는 17승(18패)의 LG다. 삼성은 역전승 횟수에서 뿐만 아니라 역전승·패의 비율에서도 가장 껄끄러운 팀임을 데이터로 증명하고 있다. 즉, 역전패를 허용한 횟수보다 역전승을 거둔 횟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얘기다.
먼저 점수를 빼앗겼을 때 두산은 16승12패, SK는 16승15패, KIA는 16승17패, 롯데는 12승19패, 넥센은 10승19패다. 삼성과 맞붙는 상대팀 입장에서는 먼저 점수를 뽑아도 안심할 수 없고, 먼저 점수를 잃어도 뒤집기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원인은 부실한 앞문!
역전승이 늘면서 삼성의 선발투수와 불펜투수의 희비도 갈리고 있다. 16일까지 45승 중 선발투수가 29승, 불펜투수가 16승을 올린 가운데 삼성의 팀내 최다승 투수는 10승(7구원승)의 셋업맨 안지만이다. 선발투수 중 최다승은 차우찬과 윤성환으로 6승에 그치고 있다. 두 자리 승수를 챙긴 선발투수가 벌써 2명(윤석민·로페즈)이나 되는 KIA와 비교하면 삼성의 불펜 의존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에이스 차우찬은 한달 가까이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고, 2선발 카도쿠라는 17일 2군으로 강등됐다.
류 감독은 카도쿠라에 대해 “올스타전 전까지 등판할 기회가 없는 만큼 2군에서 차분히 문제점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확실한 선발투수가 2명 정도는 꼭 필요한 단기전을 이미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류중일 감독에게는 이처럼 늘어만 가는 역전승과 선발투수의 부진이 그다지 반갑지 않은 것이다.
대구|정재우 기자 (트위터 @jace2020) ja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