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로 설득하는 변호사… 다양한 경험 쌓아야죠”
변호사를 꿈꾸는 인천 옥련여고 2학년 한아름 양(왼쪽)은 최근 김앤장법률사무소의 은정민 변호사를 만났다. 한 양은 한 시간 넘게 은 씨와 변호사 생활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사진은 인터뷰를 마치고 김앤장 로비에서 포즈를 취한 두 사람.
○“변호사? 이젠 사법시험은 보지 않아도 돼요”
은정민 변호사가 나타났다. 그는 회의를 마치고 오는 길이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한 양의 질문이 시작됐다. “변호사가 된 계기는 뭔가요?”
“어렸을 때 법조인이 꿈이었어요. 정의를 위해 최전선에서 몸을 던지는 모습이 멋져 보였어요.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연세대 경영학과에 진학했죠. 한동안 변호사의 꿈은 마음 한구석에 묻혀 있었어요. 그러다 대학 3학년 때 더 늦으면 오랜 꿈에 도전할 기회도 없을 것 같아 사법시험 준비를 시작했어요.”
이를 악물었다. 잠자는 시간 외에는 늘 책상 앞에 앉았다. 눈 뜨고 있는 동안은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길을 걸으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화장실에서도 강의를 녹음한 테이프를 반복해 들었다.
꿈은 이루어졌다. 그는 2년 반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거쳐 김앤장의 변호사가 됐다.
미래의 나를 만난 한 양이 물었다. “변호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사법시험은 선발인원이 단계적으로 줄어들어 2017년에는 완전히 폐지돼요. 그 대신 법학전문대학원인 로스쿨(Law School)을 나와 자격시험을 통과하면 변호사가 될 수 있어요. 변호사 자격시험 과목은 사법시험 과목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하지만 대학에서 꼭 법을 공부하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로스쿨에 가서 법 공부를 시작해도 늦지 않을 거예요.”
법률사무소는 병원으로 치면 종합병원에 가깝다. 전문의가 혼자 일하는 개인병원과 달리 다양한 전공을 가진 변호사가 팀을 이뤄 사건을 해결한다. 이 때문에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는 팀원과 회의를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은 씨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주로 회의와 법률상담을 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 저녁이 돼서야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서류를 작성한다.
은 씨는 “변호사는 겉보기에는 화려한 직업일지 몰라요. 하지만 백조가 물 위에 떠 있기 위해 물 밑에서 쉼 없이 발길질하는 것처럼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준비를 해야 해요”라고 말했다.
“변호사가 되는 데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요?” 한 양이 묻자 잠시 고민하던 은 씨가 대답했다.
“변호사는 말과 글로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사람이에요. 판단력과 설득력은 변호사에게 중요한 자질 중 하나죠. 말주변이 없어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노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니까요. 인내심과 집요함도 필요해요. 사건에 필요한 증거를 찾기 위해 라면박스 몇 개 분량의 서류를 세심히 살피는 일도 많거든요. 갈수록 외국어 능력도 중요해지고 있어요. 법률시장이 개방돼 해외관련 일이 많아지면 의사소통이 잘되는 사람이 일을 하는 데 유리할 거예요.”
“변호사가 하는 일은 결국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긴 문제를 해결하는 거예요.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해요. 사람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중요하죠. 다양한 경험을 쌓으세요. 전 대학을 졸업하는 데 10년이 걸렸어요. 여행을 많이 다녔거든요. 한 학기 등록금을 털어 4개월 정도 유럽 배낭여행도 다녀왔어요. 티베트, 미국, 일본 등에서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독서로 간접경험을 쌓는 것도 좋아요.”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