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 비판 여론에 불안 확산
○ 민간 우대, 관료 배제 분위기 확산
이달 들어 연임이 확정된 강영원 한국석유공사 사장, 정승일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은 각각 대우인터내셔널과 현대건설 출신이다. 공모 절차가 진행 중인 한국전력 사장에는 김쌍수 사장 후임으로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이 점쳐지고 있다.
내부 승진 사례도 늘었다. 작년 말 취임한 조준희 기업은행장과 올해 새로 취임한 조계륭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은 모두 내부에서 발탁됐다. 조 행장은 1961년 기업은행 출범 이후 첫 공채 출신 최고경영자다. 국책 연구원에서는 박양호 국토연구원장, 강정극 한국해양연구원장,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등 내부 승진 원장들의 연임이 확정됐다.
○ “퇴로 보장 안 되는데 세종시까지”
관료들은 사석에서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경제부처의 한 과장은 “요즘엔 법적 정년도 보장되지 않는 분위기”라며 “전관예우금지법 적용 대상이 되는 고위 공무원이 되기 전에 공직을 떠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뒤숭숭한 분위기를 전했다. 한 차관보(1급)는 “대학 강단에 서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퇴임 후 진로와 관련해 마음을 비웠다”고 말했다.
미래에 대한 공무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경제 총괄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서는 세제실이 인기 근무 국실로 떠오르고 있다. 민간에 나가서도 전문성을 인정받는 데다 세무사 자격증을 따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퇴임 후 ‘실속’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예산실 근무 희망자는 크게 줄었다.
엘리트 공무원들의 민간 이직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3월 재정부 외화자금과장 등을 지낸 문홍성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 선임행정관이 ㈜두산 전무로 이직했다. 작년 말에는 임수현 국무총리실 금융정책과장이 사모펀드로, 재작년 말에는 박영춘 청와대 금융구조조정팀장이 SK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대해 ‘관료들의 자업자득’이란 비판과 함께 ‘관료 출신이라고 역차별할 것은 아니다’란 옹호론이 맞서고 있다. 이만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무원들도 전문 분야가 있는 만큼 똑같이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