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선 산업부 기자
이달 초 농림수산식품부에는 한 통의 건의문이 날아들었다. 전남도에서 온 것이었다. 골자는 농식품부에서 진행하는 ‘후계 농업경영인 선정사업’의 지원 연령을 높여달라는 것이었다.
후계 농업인 선정은 말 그대로 앞으로 농업을 해나갈 젊은 사람들을 뽑는 사업이다. 대상은 만 18세 이상 45세 미만의 농업 전공자 또는 농업 관련 교육 이수자 중 영농 경력이 10년 이하인 사람들. 정부는 후계 농업인에게 최대 2억 원의 농업창업자금 융자를 지원하고 5년 뒤에도 계속 농사를 지으면 8000만 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하지만 정작 젊은이들은 관심이 없다. 해가 갈수록 지원자가 줄어 올해는 모집기간을 2월 말에서 5월 말로 한 차례 늘리고서야 1500명을 겨우 뽑았다. 1986년만 해도 이 사업에는 1만 명이 넘는 지원자가 쏟아져 9600여 명의 후계 농업인이 ‘젊은 농사꾼’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지원자가 급감했다. 농식품부는 “최근에는 매년 1000∼1700명 수준을 간신히 유지한다”고 말했다.
저리로 돈을 빌려주고 군 생활까지 면제해줘도 요즘 젊은이들이 농업을 외면하는 이유는 그만큼 농촌 문제가 심각하고 복잡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에게 농사란 ‘죽어라 고생해도 할수록 적자고, 지원금을 받아야 간신히 버티는’ 이미지가 돼버렸다. 농촌 환경도 문제다. “미용실도 없고, 영화관도 없고, 커피숍도 없는 곳에 땅만 준다고 어떻게 농사를 짓고 사느냐”(대학생 최모 씨)는 게 요즘 사람들의 생각이다.
이렇게 농촌을 망가진 대로 방치하는 사이 우리 농촌에는 노인들만 남았다. 얼마 전 취재한 전남 순천농협 조합원의 평균 연령은 67세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급기야 전남도가 후계 농업인 모집 대상을 50세까지로 늘려달라고 호소하기에 이른 것이다.
‘젊은 농촌’을 만드는 과제는 어쩌면 농식품부 혼자만의 힘으론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농촌 살리기 사업’이야말로 ‘4대강 살리기 사업’처럼 범정부 차원의 정책 리더십과 아이디어 짜내기가 필요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