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은 중요한 보고를 앞두고 파워포인트 만드느라 땀을 뺀다. 강의 준비보다 파워포인트 만들기가 더 힘들다고 교수들은 하소연한다. 이들을 위해 ‘반(反)파워포인트당(APPP·Anti PowerPoint Party)’이 생겨났다. 스위스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다 스피치강사로 전직한 마티아스 ) 씨가 5월에 창당한 당으로 파워포인트 없는 세상을 지향한다. 행사 때마다 파워포인트가 등장하는 바람에 청중은 강사에게 집중하지 못할뿐더러, 사안을 단순화해서 실제 효과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낭비되는 돈이 세계적으로 연 3500만 유로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파워포인트를 다 이해하면 우린 전쟁에 이기게 될 거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사령관 스탠리 매크리스털은 파워포인트로 군사전략을 보고받던 중 이런 말로 좌중을 웃긴 적이 있다. 스파게티 국수 가락 같은 도표가 알아보기 힘들어서만이 아니다. 상황을 다 파악했다는 환상을 줘서 비판적 사고와 사려 깊은 결정을 막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젊고 똑똑한 장교들이 파워포인트에 매달리는 건 낭비라는 시각도 있다. 2005년 이라크 동북부 도시에서 성공적 군사전략을 수행했던 H R 맥매스터 장군은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을 금지했을 정도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