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의 배후 세력으로 조직폭력배가 드러나면서 조폭이 우리 사회에서 어디까지 마수를 뻗고 있는지 두려운 생각이 든다. 승부조작에 돈을 댄 전주(錢主)와 전주 측 브로커는 대부분 조폭이거나 조폭과 연계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승부조작에 돈을 댄 전주는 축구선수들이 약속을 안 지켜 돈을 떼일 경우에 대비해 선수를 협박할 조폭을 끼워 넣었다. 조폭이 스스로 전주를 겸업하거나 전주의 청부로 협박에 가담한 사례도 있다.
폭력조직 북마산파 출신 김모 씨는 스스로 전주가 돼 선수 매수자금 1억7000만 원을 투자하고 단 한 번의 승부조작으로 11억3000만 원의 배당금을 탔다. 조폭 세력과 연계된 한 브로커는 승부조작에 실패하자 가담한 선수를 협박해 8000만 원을 뜯어냈다.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은 범죄의 공모자이면서 조폭의 희생자이기도 하다. 대부분 선수들은 출신 고등학교나 구단의 선후배 관계 때문에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가 전주와 연결된 조폭에게서 승부조작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다음 경기에서도 승부조작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에게 승부조작은 한번 빠지면 빠져나오려고 해도 더 깊숙이 빠져드는 수렁과 같았을 것이다. 범죄의 유혹에 넘어간 선수들을 두둔할 수는 없지만 운동만 하느라 세상 물정에 어둡기 쉬운 선수들이 간악한 조폭의 먹이가 된 측면이 있다.
현재까지 구속되거나 달아난 조폭 혹은 조폭 연계자 5명은 모두 북마산파에 속한다. 검찰은 전국적으로 4개의 폭력 조직이 승부조작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다른 폭력 조직도 반드시 검거해 다시는 축구계에 승부조작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엄단해야 한다.